근거 없는 주장은 힘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물배상으로 타인의 신체손해를 배상할 수 있다’란 주장은 거짓입니다. 설령 누군가 이 주장을 하더라도 쉽게 거짓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터무니없는 주장은 생명력이 없습니다. 그럴싸한 구석이 있어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소문이 됩니다. 잘못된 주장이라도 소문이 되어 전파되기 위해서는 나름의 논리구조, 근거 등이 필요합니다.

보험에서도 그럴싸한 소문이 많습니다. 보통 이런 소문의 근원은 ‘우리 지점장이 그렇다고 했다’란 식의 특정인의 권위에 기댑니다. 이런 소문은 보험의 절대 기준인 약관으로 반박하면 곧 무너집니다. 그런데 약관을 살피기는 했지만 잘못 해석하거나 편협하게 이해한 주장이 소문이 되면 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특정인의 권위보단 약관의 권위가 높고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보험에서 자주 ‘고령인 무직자에게 자동차상해보다 자기신체사고가 유리하다’는 주장 혹은 ‘누군가 그렇게 말하던데 맞느냐’는 질문을 접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잘못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그럴싸한 소문은 영향력이 꽤 있기에 소문의 근원을 추적하고 문제를 파악해보겠습니다.

 

 

보험이 사고를 처리하는 방법은 보험금을 통한 방식입니다.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자동차보험도 동일합니다. 자동차보험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한도 내 실손 + 인적피해는 1인(人) 당, 물적피해는 1사고 당

 

교통사고 피해를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대인배상, 대물배상, 자기신체사고와 자동차상해 특약, 자기차량손해와 단독사고 확대보상 특약,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우선 ‘한도 내 실손’입니다. 대물배상 2억에 가입 중 타인의 재산에 1억 피해가 발생하면 1억을 배상합니다. 하지만 3억의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2억까지만 배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한도 내 실손’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대인배상Ⅱ를 무한으로 가입했을 때도 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한도가 무한인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KB손해보험 개인용 자동차보험 증권>

다음으로 ‘1인 당과 1사고 당’입니다. 대인배상, 자기신체사고와 자동차상해 특약,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는 사고 발생 시 피해 발생 1인 당 ‘한도 내 실손’을 적용합니다. 만약 책임보험만 가입한 자동차가 피해자 2명이 사망한 사고를 내면 피해가 각각에 대해 대인배상Ⅰ의 사망 최대한도 1.5억을 적용합니다. 하지만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 및 단독사고 확대보상 특약은 한 사고를 기준으로 합니다. 책임보험만 가입한 자동차가 주차 중인 타인 소유의 차량 3대를 파손한 경우 3대 각각에 대물배상 한도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한 사고로 인해 발생된 전체 피해액을 합산하여 대물배상 한도를 적용합니다. 이런 것이 1사고 당 한도를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자기신체사고 가입 시 두 가지 경우에서 정액으로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약관을 살펴보겠습니다.

 

<DB손해보험 개인용 자동차보험 자기신체사고 보통약관>

자기신체사고 약관의 보험금 종류는 사망, 휴유장애, 부상으로 구분됩니다. 지급보험금 계산 항목에서 공제액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사망은 보험증권에 기재된 사망보험 가입금액을 지급합니다. 후유장애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후유장애 가입금액에 해당하는 각 장애등급별 보험금액을 지급합니다. 하지만 부상은 부상등급별 한도 내 실제 소요된 치료비를 지급합니다. 즉, 공제액 없는 사고에서 자기신체사고 사망 및 후유장애는 자동차보험의 보험금 지급 방식 중 유일하게 정액으로 지급됩니다.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DB손해보험 개인용 자동차보험 약관>

 

 

‘고령인 무직자에게 자동차상해보다 자기신체사고가 유리하다’는 소문의 근원은 자기신체사고의 정액지급과 관련됩니다. 하지만 소문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예를 들면 정년이 넘은 무직 고령자가 단독사고로 현장에서 즉사를 해야 합니다. 자동차보험 약관에서 사망보험금을 계산할 때 가장 큰 항목은 상실수익액입니다. 장례비, 위자료와 비교 상실수익액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DB손해보험 개인용 자동차보험 보통약관>

상실수익액은 쉽게 사망자가 죽지 않았다면, 정년까지의 수입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를 계산할 때 현재 나이와 소득이 중요합니다. 현재 나이는 정년까지 남은 기간 때문에 중요하며, 그 기간 동안 수익액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월평균 현실 소득액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소문의 근원을 찾기 위해 사고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자기신체사고와 자동차상해 각각에 사망 및 후유장애 가입금액 1억에 가입 한두 고령자를 가정하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정년을 넘긴 고령자고 현재 소득이 없는 무직자입니다. 둘 모두 중앙분리대를 단독으로 충돌하여 현장에서 즉사를 했다면, 자기신체사고를 가입한 측은 정액으로 사망보험금 1억을 받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상해를 가입한 측은 약관 지급기준에 따라 계산된 사망보험금이 1억보다 적습니다. 이 지점이 ‘고령인 무직자에게 자동차상해보다 자기신체사고가 유리하다’는 소문이 탄생하게 된 배경입니다.

하지만 이 소문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됩니다. 우선 전제된 사고의 범위가 너무 좁습니다. 공제액 없는 사고가 아니라면 자기신체사고의 사망 및 후유장애도 한도 내 실제손해액으로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따라서 상대방과 과실을 공유하는 사고에서는 정액보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근거는 있지만 너무 까다로운 조건이 붙은 소문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부상입니다. 부상은 공제액 유·무에 관계없이 무조건 부상등급에 따른 한도 내 실제 치료비로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고령자의 경우 골절 등의 사고에서 장기 입원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낮은 부상등급으로 자기신체사고의 부상 한도를 초과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고령자일수록 자동차상해 고보장이 필요합니다. 또한 고령자만 피보험자동차에 탑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가 동승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신체사고 가입은 위험합니다.

정리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자동차상해 고보장에 가입해야 합니다. 비혼 1인 가구가 증가하여 사망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자 유무를 떠나 하반신 또는 전신마비 등 후유장애 1급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 또 부상 보험금을 위해서 자동차상해 고보장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종종 그럴싸한 소문이 더 위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근거 없는 소문은 전파력이 없지만 그럴싸함은 잘못됨을 가리고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모든 사람에게 자동차상해 고보장을 선택하는 것을 강력하게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