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을 받았습니다.”

 오래 전 한 생명보험사에서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보험금 10억을 받은 실제 사례를 광고로 만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2006년 가장의 조기사망으로 사망보험금 10억(주계약 10억, 월납 156만 원, 15년 납)을 받은 유가족을 광고에 등장시켜 종신보험의 필요성을 환기한 광고였습니다. 당시 생명을 돈과 연관시켰다는 등 비난이 끊이질 않아, 송출 후 한 달 만에 광고를 내렸습니다. 젊은 남자 설계사가 미망인을 방문하는 장면을 두고 비판적 여론이 극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윤리나 도덕시간에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라고 배웠는데, 보험이 사고를 처리하는 방법은 돈을 통해서입니다. 심지어 사망보험금의 존재는 대체 불가능한 생명까지도 돈으로 해결하는 보험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따라서 보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항상 존재합니다. 이는 보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동일합니다.

 

 

미국 생명보험 발달사란 부제가 붙은 「죽음의 문화와 생명보험」에는 초기 미국 생명보험 산업이 ‘사람의 목숨을 돈과 바꾼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애쓴 모습이 나옵니다. 누구나 죽지만 누구도 죽기 싫어합니다. 이런 죽음을 담보로 돈을 버는 생명보험에 대한 거부감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일합니다.

그런데 돈은 누구나 좋아하고 욕망합니다. 이런 이유로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노린 보험 사기가 끊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발생한 보험 사기의 역사도 꽤 오래 되었습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상세검색으로 ‘보험사기’를 검색했습니다. 기간은 동아일보가 창간한 1920년 4월 1일부터 해방인 1945년 8월 15일까지입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 본 이미지는 네이버 화면을 재구성한 이미지입니다.

 

해당 기간 동아일보에서만 133건의 결과가 검색됩니다. 기사 내용 중 몇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동아일보 1932년 11월 22일, 1면 > – 본 이미지는 해당 기사를 재구성한 이미지입니다.

 

1932년 11월 22일 동아일보 1면에는 현재 ‘알릴의무사항’을 위반한 보험사기를 전합니다. 흔히 고지사항으로 불리는 ‘계약 전 알릴의무’는 보험가입 전 보험사가 해당 계약을 인수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보험 목적물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리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3년 전 위암에 걸린 사람은 그 사실을 보험사에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보험가입이 거절되어 질병이력을 숨기고 가입하는 것을 ‘계약 전 알릴의무 위반’이라 부릅니다.

기사를 보면 폐병환자가 곧 죽을 것을 알고 사망 시 보험금 5천 원이 지급되는 생명보험에 가입한 내용입니다. 물론 가입 당시 폐병사실을 숨겼고 사망 후 이 사실이 발각되어 공모자 2명이 각 징역 10월 형을 받았습니다.

 

<동아일보 1936년 2월 6일, 1면> – 본 이미지는 해당 기사를 재구성한 이미지입니다.

 

1936년 2월 6일 제주에서는 조금 더 복잡한 보험사기가 등장합니다. 폐병에 걸린 친형을 피보험자로 사망보험금 5천 원의 생명보험에 가입하면서 건강한 동생이 대신 검진을 받은 내용입니다. 쉽게 건강한 아우가 병원에 가서 형인 척 검진을 받고 발급받은 서류로 폐병 걸린 형을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것입니다. 형의 사망 이후 담당 의사가 폐병으로 사망진단서를 발급했기 때문에 보험사기를 숨기기 위해 다른 의사를 매수하여, ‘유행성 감염으로 인한 폐염’으로 사망진단서까지 조작했습니다.

<동아일보 1934년 4월 26일, 3면> – 본 이미지는 해당 기사를 재구성한 이미지입니다.

 

1934년 4월 26일에는 ‘남편이 압록강에서 빠져 죽었다고 소문을 내고 이후 떠오른 다른 시체를 부여잡고 얼굴을 비비며 울었다’는 아내의 보험사기 내용이 전해집니다. 하지만 남편은 죽은 적이 없고 살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동아일보 1931년 9월 20일, 7면> – 본 이미지는 해당 기사를 재구성한 이미지입니다.

 

보험사기 공모에는 자주 의사와 보험설계사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31년 9월 20일에는 만성위장병이 있는 사람에게 의사의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생명보험에 가입한 내용이 나옵니다. 위장병 환자인 강모씨는 본인 명의로 보험이 가입된 사실도 몰랐고, 사망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험 사기범들이 의사와 공모하여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의 허위사망진단서로 사망보험금을 청구하다 발각된 사건입니다.

 

<동아일보 1937년 8월 3일, 1면> – 본 이미지는 해당 기사를 재구성한 이미지입니다.

 

보험 사기범이 사람의 신체로만 장난을 친 것은 아닙니다. 1937년 8월 3일에는 화재보험금을 노린 방화사건이 전해집니다. 안경점 사업이 실패한 자가 화재보험금을 노리고 본인 상점에 불을 지르고 이 불이 옆집까지 번져 피해를 끼쳤습니다. 보험사기 방화범은 해당 사건으로 징역 8년 형에 처해졌습니다.

해방 이후도 보험사기는 지속됩니다. 자동차 보유대수가 증가하여 자동차보험과 교통사고를 활용한 보험사기가 주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 초반 인기 TV 방송이었던 「경찰청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여 많은 시청자가 즐겼던 방송입니다.

 

<MBC, 경찰청사람들>

 

해당 프로그램에는 차로 온 몸을 던지는 ‘자해공갈단’의 사기 내용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미리 자해를 하여 골절을 당한 상태에서 고의 교통사고를 유발한 후 합의금 또는 보험금을 갈취하는 것이 주된 사기의 방법이었습니다. 오늘까지 보험금을 둘러싼 보험사기의 오래된 역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보험사기는 잔혹성이 더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됩니다. 보험금을 위해 살인과 의도적 상해를 일삼기도 합니다. 1998년 9월 전 국민을 경악시킨 보험사기가 발생합니다. 당시 3인조 복면강도가 가정집에 침입하여 현금 20만 원과 10세 아동의 손가락을 잘라 가져가는 엽기적 사건이 보도됩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아버지와 아들은 묶인 채 신음하고 있었고 대통령까지 나서 하루빨리 범인을 잡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은 IMF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아버지가 보험금 1,000만 원을 위해 자식의 손가락을 자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돈 때문에 친 자식의 손가락을 자르는 엽기적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험사기 의심 살인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법정공방도 치열합니다.

<15세 미만자의 사망보험을 금지한 상법 제732조>

 

상법에서도 보험금을 노린 끔직한 살인을 막기 위해 15세 미만자의 사망보험 계약을 무효로 규정합니다. 따라서 자녀보험에는 사망담보를 가입할 수 없습니다.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보험사에서도 해당 연령이 가입하는 상품에 사망보험금 설계를 막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대가 연류 된 자동차보험 사기까지 급증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2016년 급증하는 보험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됩니다. 해당 법은 보험사기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제8조) 규정하며, 미수범까지 처벌(제10조) 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보도자료, 보험사기와 보험료 인상>

 

보험 본연의 목적은 ‘사기’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고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공적의미가 큽니다. 하지만 돈에 대한 인간 욕망이 보험을 사기와 어울리게 만들었고, 그 역사는 살펴본 것처럼 오래되었습니다. 교통사고 발생 시 ‘한 건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은 부당한 보험금 낭비를 유발하고, 다수에게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성보험사기’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연성보험사기란 보험금을 위해 일부러 사고를 내는 ‘경성보험사기’와는 다른 개념으로 발생한 사고의 피해 등을 과장하는 사기 행위를 의미합니다. 쉽게 경미한 교통사고에서 신체피해 정도가 경미함에도 ‘입원하여 드러눕는’ 행위가 연성보험사기입니다. 불필요한 입원이나 피해를 부풀리는 행위가 보험사기, 즉 범죄행위라는 인식의 부족하기 때문에 연성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상당합니다. 보험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