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교차판매 허용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손해보험 전속 설계사가 생명보험 상품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동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GA가 생겨나고 한 설계사가 다룰 수 있는 상품의 수는 교차판매 허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GA 채널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보험사가 아닌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제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제안 가능성과 제대로 된 설계 및 설명을 위해 상품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은 다른 측면입니다.

가령 자동차보험 한 종목만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화재보험과 운전자보험 그리고 제3보험의 다양한 담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또 생명보험의 종신보험과 변액보험 등이 붙으면 어려움을 넘어 난감한 상황과 마주합니다. 더하여 동일 보험종목이라도 각 보험사마다 약관이 다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제대로 다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약관은 지속적으로 개정됩니다. 암보험만 살펴보더라도 동일 보험사의 종적인 약관 변천의 과정이 존재합니다. 또한 한 시기만 분리해도 수많은 보험사의 다른 약관이 존재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자동차보험 약관은 오히려 상황이 좋습니다. 보험기간이 1년이고 해당 보종을 다루는 손해보험사도 11곳이니 모든 약관의 비교와 검토가 어렵지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장기보험의 경우 현재 유지 중인 모든 계약에 붙는 약관만 따지더라도 모든 것을 다 알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자주 20~30개의 보험사를 매달 실시간으로 비교하여 최선의 설계를 제공함을 강조하는 명함과 SNS 홍보를 접합니다. 2018년 9월 판매 중인 운전자보험이라는 상품명의 약관만으로도 그 양은 엄청납니다. 하루에 1권씩 읽어도 10월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 유지 중인 운전자보험으로 확대하면 엄청난 양의 약관이 존재합니다. 이를 모두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불가능한 것을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어떤 소비자도 보험설계사에게 불가능함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한 상품을 제대로 파악하여 고객에게 알맞게 설계하고 이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지 불가능한 비교 그 자체가 아닙니다.

 

 

과거 전속 설계사만 존재할 때는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소속된 보험사의 약관만 읽고 제대로 설계하면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교차판매와 GA 채널의 확대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약관은 너무 복잡해졌습니다. 자녀보험의 특별약관만 100개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모든 담보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일은 정말 힘듭니다. 특정 보험종목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많은 보험설계사가 모든 보험 종목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손해보험의 다양한 종목부터 제3보험 그리고 생명보험 여기에 손해사정, 자산관리, 펀드, 증권, 세금, 노무 등 보험을 둘러싼 모든 것을 다 알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진짜 전문성을 모두 갖추는 일은 어떤 누구에게도 불가능합니다.

손해사정 한 분야만 보더라도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제3보험 등 각 분야가 특화되어 있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존재합니다. 한 설계사가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원인모를 강박증이 개별 설계사를 위축시키고 힘들게 합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대답하면 본인의 전문성이 하락한다고 생각하여, 관련 강의를 찾아 수강하고 공부에 열을 올립니다.

예를 들면 사업을 영위하는 고객의 노무 risk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계약서 작성 강의를 비싼 돈을 지불하고 수강합니다. 하지만 실습한 근무조건을 조금만 벗어나도 문제없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제안하는 사람이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 일은 자격증을 갖춘 공인 노무사가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설계사가 강박증에 걸린 듯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섭렵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기울입니다.

원인 모를 강박증은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원인을 정확하게 찾을 수 없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FC, RC, FP, LC, LP, PA… 보험설계사를 지칭하는 각 보험사의 영문 약자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정식 명칭은 보험설계사입니다. 직업명은 그 직업이 주요하게 하는 일을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리사는 요리를 하는 사람입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 계약을 위해 설계를 하는 존재입니다. 보험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설계라는 과정을 통해 조합되고 구성된 설계 그 자체를 계약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험설계사는 만들어진 상품이 아닌 상품 제작에 참여하는 능동적인 직업이자 본인이 만든 제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입니다.

진짜 명품 중에는 만든 사람의 인장이나 서명이 들어간 제품이 있습니다. 장인이 그 제품의 생산과정을 책임진다는 뜻입니다. 보험설계사가 설계한 가입설계서 매장에는 그 설계를 진행한 설계사의 이름과 소속 그리고 코드번호가 기재됩니다. 그리고 고객의 자필서명을 받은 후 최종적으로 본인이 만든 청약서에 스스로 서명을 합니다. 만든 사람이 만든 제품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입니다.

설계사가 없으면 고객이 제대로 된 보험 설계를 만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다이렉트 채널이 성장하고 있지만 해당 채널의 장기상품은 3가지 정도의 표준 설계를 제안하고 이를 고객이 선택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자동차보험은 기 가입자의 평균치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보험 산업에서 설계사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며, 그 책임도 막중합니다. 이 때문에 보험설계사가 집중해야 할 영역은 설계 그 자체입니다. 제대로 된 설계를 통해 보험에 가입해야 보상이 가능합니다. 잘못된 설계는 계약 유지를 방해하여 보상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세금이나 노무 등을 공부하는 이유도 결국 보험을 설계할 고객을 만나고 제대로 설계된 보험 상품을 제안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기본에서 벗어난 경우를 자주 봅니다. 주객이 전도되어 있습니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를 꿈꾸며 열심히 약관을 보고 강의를 듣고 공부하지만 정작 설계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일은 등한시됩니다. 많은 보험계약이 대리설계나 표준설계를 따라 하는 수준에서 그칩니다. 설계를 잘하기 위해 약관이나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목적을 잃고 수단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큽니다.

모든 보험종목과 이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종종 강의 수강에만 집중하고 고객 관리 및 활동은 방치하는 경우를 봅니다. 물론 제대로 된 설계를 위해서는 특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목표를 정하고 용기 있게 덤벼들었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모든 것의 전문가 되기’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보험설계사에게 기본은 고객을 만나는 것이고 설계 그 자체입니다.

 

 

보험설계사가 집중해야 할 진짜 대상은 소비자입니다. 고객이 없으면 어떤 설계사도 판매 채널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것은 납부한 보험료가 사고 후 보험금으로 제대로 돌아오는 일입니다. 보험료가 보험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설계’입니다. 이 전제가 잘못되면 어떤 전문가도 사고 후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자동차보험을 예로 들면 책임보험만 가입시키는 행위는 설계에 실패한 것입니다. 이 상태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현장에서 만족할 수준의 사고처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보험금의 전제조건은 올바른 설계입니다. 첫 단추가 잘못되면 그 어떤 전문가의 조력도 빛을 낼 수 없습니다. 이처럼 보험 설계는 매우 중요한 전문 분야이며, 보험금을 위한 절대적 전제 조건이 됩니다. 그리고 설계는 설계사가 담당합니다.

보험설계의 전문가가 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는 설계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비교견적, 대리설계, 경유계약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잘못 설계되어 체결된 계약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른 설계사가 설계를 방치하고 잘못된 행위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조금만 노력해도 차별적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보험설계를 위해서 약관을 읽고 관련 강의를 수강하는 것입니다. 중심과 기본을 잡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고객을 만나 설계를 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 설계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 시급합니다. 또한 개별 설계사 본인이 관심이 있고 잘할 수 있는 한 보종을 정하여 약관을 읽고 공부하며 전문성을 갖추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한 보험 종목에 대한 깊은 고민의 과정 후 전문성 있는 설계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경험은 다른 종목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잘못된 설계로 가입된 계약이 많은 만큼 설계 전문성만 갖춰도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는 존재합니다. 제대로 설계된 계약은 사고 후 충분히 고객을 지킬 수 있습니다. 설계를 제대로 하고 고객을 챙기기 위해 심사, 보상, 세금, 노무 등의 관련 내용을 공부해야 합니다. 물론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보험을 둘러싼 한 분야의 진짜 전문성을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설계만 제대로 되어있다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보험금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고객과 설계로 돌아갈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