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대인보상 업무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피해를 마주한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상대적 차이 때문입니다. 사고 후 대물접수만 원하며, ‘몸은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 대물접수가 필요하지 않은 사고에서도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흔합니다. 물론 아픔은 상대적이지만 이를 모두 인정하면 자동차보험을 통한 교통사고처리에서는 큰 혼란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관련법과 약관은 기준을 정하여 아픔의 상대성을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간병비 지급 기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콘텐츠에 등장하는 대인보상직원 ‘나’는 가상의 인물임을 밝힙니다.

 

 

 매달 반복되는 대인보상 업무 중 가장 바쁜 시기는 월말이다. 합의 종결을 위한 팀장의 압박과 실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실무자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매번 반복된다. 월초가 되면 긴장의 끈이 조금 느슨해진다. 하지만 매월 초에는 아쉬움이 남고 새로운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지난 달 합의 종결을 하지 못해 미결로 남은 사고 때문이다.

미결의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합의금, 즉 돈과 관련된다. 아픔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관련법과 약관은 기준을 정하지만 교통사고로 신체적 피해를 입은 사람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 ‘나도 사고가 나면’이란 상상을 하던 중 ‘맘 편이 드러누울 수 없을 것’이란 결론에 이른다. 내가 병실에 누워있으면, 누군가는 나와 합의를 위해 찾아오겠지만 그는 타인이 아닌 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대인보상 업무의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같은 일은 하는 또 다른 대인보상 직원이다.

이상한 상상을 하던 중 병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늘 첫 번째로 면담할 사람은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302호에 입원 중인 피해자는 얼마 전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직진 중에 좌회전하는 차량과 충돌하여 후방십자인대 파열과 고관절 후방 탈구로 8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다행히 심한 부상은 아니라 수술은 하지 않은 상태다.

 

[ 십자인대 ]
무릎 관절 내에 위치하며 관절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체 부위

[ 고관절 탈구 ]
엉덩 관절의 윗부분인 관골구와 아랫부분인 대퇴골두가 정상적으로 물려 있지 않고 어긋나는 신체 피해

 

오늘이 두 번째 방문으로 첫 방문 당시 피해자의 배우자는 중국집 운영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피해자가 사장이면서 주방장이라 입원 중에는 음식점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간 입원이 예상되어 새로운 주방장을 구하고 배우자가 운영을 하려고 해도 간병이 문제였다.

 

나 : 안녕하세요. 몸은 좀 어떠신지요? 피해자 : 네 또 오셨네요. 다행히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꼼짝도 못 하고 누워만 있어 불편하네요. 몸도 몸이지만 가게가 걱정입니다. 벌써 일주일 넘게 가게 문을 닫은 상태인데, 집사람까지 병원에 잡혀있어서 걱정입니다. 주방장을 구해 집사람이라도 가게를 열어야지 단골손님을 다 놓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도 좀 알아보니 간병비가 지급된다고 들었는데, 얼마 정도 되나요?나 : 선생님께서는 간병비 인정 대상이 아닙니다. 간병비는 피해 정도가 상해급수 1~5급에 해당할 때만 지급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 어떻게 진단이 8주인데 간병비가 지급되지 않나요? 주변에서 이 정도면 간병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요.나 : 간병비 지급 여부는 진단 주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상해등급으로 결정됩니다. 피해자 : 진단이 8주면 상해 몇 등급인가요?나 : 상해등급은 진단에 따라 결정되지 않습니다. 의사의 진단에 따른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의 기준에 따라 정해집니다. 선생님의 상해등급은 7급입니다. 피해자 : 진단이 8주나 되는데, 7급이라니… 

 

 

이런 경우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교통사고의 원인과 결과가 다양하듯 비극의 주인공이 된 피해자가 처한 환경도 다양하다.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사고를 이전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최대한 피해 회복을 위해 애써도 법과 약관 기준을 벗어나 사고처리를 할 수는 없다. 간병비를 지급받기 위해 피해가 크길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동차보험으로 사고를 처리함은 결국 돈이 오고 가는 일이다. 피해자가 느끼는 아픔도, 처한 환경도, 그리고 돈에 대한 감정도 모두 상대적이라 대인보상 업무는 하면 할수록 어려움을 느낀다. 기준대로 돈만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병실을 나올 때마다 돈으로 온전히 회복할 수 없는 피해자의 삶이 보이기 때문이다. 병실을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참고 자료

<DB손해보험 개인용 자동차보험 약관 – 대인배상 간병비 지급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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