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왕증 공제 혹은 면책 “

 

<편집자 주>

교통사고로 신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과실 여부나 정도에 따라 그리고 자동차보험 가입 상태나 사고 유형에 따라 대인배상, 자기신체사고나 자동차상해 그리고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를 사용합니다. 이들은 모두 신체 피해를 처리하는 자동차보험의 담보입니다. 하지만 교통사고 전 기왕증이 있었다면, 이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기왕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콘텐츠에 등장하는 대인보상직원 ‘나’는 가상의 인물임을 밝힙니다.

 


 

[ 개념 이해 ]

 

  • 기왕증 : 자동차 사고가 있기 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증상으로 특이체질 및 병적 소인 등을 포함하는 하는 것을 의미함.

    가. 기왕증으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함. 다만 당해 자동차 사고로 인하여 기왕증이 악화된 경우에는 기왕증이 손해에 관여한 정도(기왕증 관여도)를 반영하여 보상함. 

    나. 기왕증은 해당 과목 전문의가 판정한 비율에 따라 공제함. 다만 그 판정에 다툼이 있을 경우 보험금 청구권 자와 보험회사가 협의하여 정한 제3의 전문 의료 기관의 전문의에게 판정을 의뢰할 수 있음.

 

  • 마디모(mathematical dynamic models, MADYMO) : 교통사고를 3차원으로 재연하여 교통사고 원인 등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국내에는 09년 도입되어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수 있다. 주로 허위 및 과다 입원 연성(軟性) 보험 사기 등 경미한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 여부를 판별하는데 활용된다.

 


 

  출근하기 싫은 하루가 밝았다. 출근이 즐거운 회사원은 없겠지만 오늘은 유난히 출근길이 무겁다. 오늘 면담 약속을 한 피해자 K씨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보험사에 가입한 고객이 신호대기 중인 K씨의 차량 후미를 충돌하였다. 경미한 사고였지만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약 900만 원에 달하는 보험금이 치료비 명목으로 지급되었다. 충격 정도는 범퍼에 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사고였다. 따라서 통증을 호소하는 K씨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고 정황과 피해자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아 팀장과 상의 후 피보험자(고객)를 통해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의 마디모 프로그램을 통해 사고 감정을 의뢰하였다. 얼마 전 해당 결과를 통보받아 피해자 K씨와 면담 일정을 잡은 상태였고, 오늘이 그 날이기 때문에 출근길이 무겁게 느껴진다.

 

 

약속 장소인 카페에 들어가서 K씨에게 전화를 하니 10분 정도 늦을 예정이라고 한다. 카페에 앉아 사고 정황이 적힌 일보와 마디모 결과를 다시 살펴봤다. 피해자 K씨는 해당 사고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허리 부위 추간판 탈출증으로 계속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3년 전 사고 부위에 동일 병명으로 인해 수술을 받았으며,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사고 감정을 의뢰한 마디모 결과도 사고와 피해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연관성이 전혀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오늘 면담을 통해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통보하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 지급 보험금을 환수할 계획이다. 사고와 결과를 정리하고 면담 시 전할 말을 떠올리고 있는 동안 10분이 지났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K씨가 보인다.

 

 

나 : 안녕하세요. 몸은 좀 어떠세요?K씨 : 허리가 너무 아파 오늘 약속을 취소하려고 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일도 못하고 미칠 지경입니다.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으니 간단히 필요한 이야기만 해주세요. 왜 보자고 하신 건가요? 나 : 네. 많이 불편해 보이십니다. 우선 국과수 감정 결과서 좀 봐 주시겠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사고로는 ‘상해를 입을 수 없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K씨 : 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감정 결과서 좀 보겠습니다.

해당 서류를 전달받은 K씨는 한동안 말이 없다.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치다. 교통사고는 실제로 발생한 것이고 몸도 아프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아팠던 몸과 사고의 연관성이 없을 뿐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쉽게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K씨가 먼저 말을 꺼낸다.

 

K씨 : 그럼 전 왜 아픈가요? 나 : 선생님께서는 사고 부위에 3년 전 수술을 하고 사고 당시에도 계속 치료를 받던 중이었습니다. 그로 인한 결과로 보입니다.K씨 : 치료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고 발생 직전 치료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그럼 합의금을 주지 못한다는 말인가요? 사고일 이후 전혀 일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전 어디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나요? 보험사에서 보상이 어렵다면, 가해자에게 받아야 하나요? 나 : 감정 결과처럼 이번 사고로 상해를 입을 수 없기에 합의금은 당연히 지급할 수 없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지급된 치료비도 보험사에 돌려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보험사가 가해자를 대신하여 민사상의 배상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가해자에게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K씨 : 저는 이런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나 :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도 선생님께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K씨 : 복잡하네요. 그럼 보험사에서 치료비와 합의금 일부라도 부담할 의사는 없습니까?나 : 감정 결과가 이번 사고로 상해가 발생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상해가 발생할 수 없다면 쉽게 보험사에도 배상 책임이 없다는 뜻입니다.
K씨 : 일부 보상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인가요? 나 : 네. 죄송하지만 저로서도 방법이 없습니다.

 

화가 난 표정의 K씨가 먼저 자리를 일어났다.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예상된 결과다. 어느 쪽이 소송을 제기해도 감정 결과가 있기 때문에 K씨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는 피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다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성적이고 정확한 손해사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매 순간이 어렵고 힘든 것이 자동차보험 대인보상 업무다.

 

 

시리즈 글<< 운전석에 앉지 않은 자의 책임아픔의 상대성 – 간병비 지급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