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해지하지 말아야 할 보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절대를 강조하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보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상품설명을 하는 현장을 살펴보면 ‘이 보험 하나만 믿으면 평생 지켜줄 수 있다’, ‘완벽한 보험이다’,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등의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출생 전 태아에게 100세 자녀보험을 가입하기도 합니다. 100세는 현재에도 엄청난 장수(長壽)입니다. 태아에게는 100년의 시간이 20대에게는 80년, 30대에게는 70년 뒤의 일입니다. 그런데도 쉽게 100세 만기를 권유합니다.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에는 단일 이름으로 100년이 넘은 보험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수와 합병을 거듭하며 사명(社名)을 변경한 것을 인정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생명보험사는 조선생명입니다. 1921년 10월 창업을 했지만 1962년 9월 폐업했습니다. 현존하는 생명보험사 중 가장 오래된 보험사의 현재 이름은 한화생명입니다. 1946년 9월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대한생명이 2002년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후 2012년 사명을 한화생명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올해가 창립 72주년입니다. 손해보험사 중 가장 오래된 곳의 현재 사명은 메리츠화재입니다. 1922년 10월 조선화재해상보험이 인수와 합병 및 사명 변경을 거듭하며, 현재의 메리츠화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창립 100주년에 가장 근접한 보험사지만 아직까지 4년이 남았습니다. 단순히 100년 넘은 보험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100세 만기에 대한 문제 제기 또는 절대 해지하지 말아야 할 보험을 주장하는 것의 무용론을 언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은 지속적으로 약관이 개정되고 관련 법과 삶의 방식이 변하기 때문에 한 번 가입 후 평생 유지해버리면 곤란합니다. 체결 당시에는 정말 좋은 보험일 수 있지만 특정 시기가 지나면, 하나 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약관 혹은 법 개정에 따른 영향이 가장 적은 것은 사망보장입니다. 모든 사람은 죽지만 조기사망 등의 사고는 남겨진 자들에게는 위험입니다. 따라서 피보험자의 사망을 담보한 상품과 담보는 피보험 목적물로 사람을 보장한 이래 오랜 시간 존재했습니다. 만약 사망보험금이 1,000원인 생명보험 주계약이 있다면, 가입할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현시점의 1,0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가입할 사람이 존재하더라도 보험사가 상품 자체를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소설에 등장하는 대사는 우리의 생각과 사뭇 다릅니다.

 

 “이 애 앞으로다가 네 이름으로 하나 허구, 내 이름으루 하나 허고, 생명보험 하나씩…

“얼마짜리?”

“천 원짜리”

“천 원짜리? 천 원짜리가 둘이면 가만있자…… 얼마씩 부어 가누?”

-채만식, 「탁류」, 문학과지성사, 2014, 488쪽.

 

소설 속 대화는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에 등장하는 한 장면입니다. 비극적 여주인공 초봉이 동거남인 형보에게 ‘천 원짜리’ 생명보험에 가입해 달라고 조르는 장면입니다. 초봉은 형보에게 둘 각각이 사망했을 경우 그녀의 딸인 송희에게 각 천 원씩 지급되는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형보에게 내어달라고 말합니다. 쉽게 피보험자가 각각 초봉과 형보이며, 사망 수익자가 송희인 생명보험인데, 주계약이 1,000원인 셈입니다. 왜 초봉은 자신의 딸을 위해 생명보험 1,000원을 집착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탁류」는 1937년 10월 12일부터 1938년 5월 17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신문연재소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일입니다. 소설은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80년 전 돈의 가치로 따졌을 때 1,000원이면 남겨진 자녀가 자립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 큰돈이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의 1,000원으로는 유치원생이 과자 하나 사먹기도 애매한 돈입니다. 이처럼 보험금에 대한 온도차는 신용화폐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금융자본주의에서 신용화폐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하락합니다. 이를 쉽게 ‘물가 상승률’이라 부릅니다. 물건의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화폐의 실질가치가 하락함을 의미합니다. 물론 보험금의 가치도 하락합니다. 20년 전 가입한 암보험의 일반암 가입 규모는 1,0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보험금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입니다. 사망보장도 동일합니다. 가입 시점의 보험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합니다. 따라서 가입 후 특정 시점이 넘도록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를 보완할 필요가 발생합니다.

 

 

가입한 보험은 그대로지만 가입한 사람이 변하기 때문에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보험’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주요 신체보장의 만기는 80세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거의 모든 신체보장은 100세 만기로 체결됩니다. 평균수명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과거’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과거는 약 10년 전의 일을 의미합니다. 80세 만기 상품을 판매할 당시 ‘평생을 지켜줄 보험’이란 화법이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자 80세가 평생이란 약속은 거짓말이 되었습니다. 보험도 설계사도 고객도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수명이 증가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평생, 절대, 100세란 용어가 사용된 상품설명을 할 경우 굉장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10년 후의 일도 예측하지 못하는데, 100세나 평생은 너무 긴 시간입니다. 평균수명뿐만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도 평생, 절대, 100세 등의 용어가 무용함을 말해줍니다. 90년 대 암 진단은 곧 사망을 의미했습니다. 제3보험에서 질병사망으로 누적 한도가 잡혔던 ‘암 사망’이란 것이 존재했던 이유입니다. 당시 해당 담보를 설계한 가입 제안서를 고객이 수긍했던 이유는 주변을 둘러보니 암 진단 후 조기 사망자가 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년 말 <중앙암등록본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암 발병 후 5년 생존율은 70.7%에 이릅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78.4%입니다. 더 이상 암 진단 후 조기사망에 이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재진단암’ 등의 준비가 필요하며, 진단 후 사망 사이의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후유증을 대비하는 담보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가입 후 특정 시점에 넘도록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기존 보험을 점검 및 보완할 필요가 발생합니다.

 

 

방송과 SNS를 보면 ‘절대로 해지하지 말아야 할 보험’의 순위가 나온 자료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 1위로 과거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을 꼽습니다. 유지해야 할 주된 이유로 보장 항목이 넓음과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음을 언급합니다. 그런데 표준화 이전이든 이후든 실손의료보험은 갱신형 담보입니다. 또한 손해율과 연령률 등의 원인으로 갱신 인상폭이 가장 큰 담보입니다. 2018년 4월 1일 이후부터 실손의료보험 ‘끼워팔기’가 금지되었지만 현재 유지 중인 실손의료보험의 상당수가 ‘끼워팔린’ 계약입니다. 해당 계약의 청약을 떠올려보면 사망, 진단, 수술 등의 각종 특약과 함께 실손의료보험 등 다양한 담보가 한 증권에 설계되었습니다. 그 당시 가장 비싼 보험료는 사망이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증권을 출력하여 개별 보험료의 비중을 살펴보면 많은 계약이 ‘사망담보 보험료 <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로 역전되었습니다. 사망 보험료는 청약 당시와 변함없지만 실손의료보험은 5년, 3년 갱신을 거듭하며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가입해서 보험료가 계속 상승하는 실손의료보험을 80세 혹은 100세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금융위원회도 작년 보도자료를 통해 ‘실손 끼워팔기 금지’와 ‘현행보다 저렴한 새로운 실손의료보험’ 출시를 대대적으로 알린 바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 ‘착한 실손의료보험’ 출시>

당시 금융위원회 보도자료는 새롭게 출시되는 실손의료보험을 ‘착한 실손’으로 규정합니다. 착하지 않은 쉽게 나쁜 실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보도자료로 인해 기존 실존은 나쁜 혹은 최소한 착하지 않은 실손의료보험으로 인식됩니다. 물론 유지 중인 실손의료보험을 놓고 해지 후 전환을 권하는 쪽과 이를 반대하는 쪽의 논리는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반대하는, ‘기존 실손의료보험은 절대 해지할 수 없다’는 쪽이 세가 우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세함’이 정답임을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2013년 3월 한국보험 역사상 가장 큰 절판 시장이 마감되었습니다. 바로 3년 갱신, 100세 만기 실손의료보험을 마지막으로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린 절판이었습니다. 당시 월 50건 계약을 체결하면 활동량이 적은 설계사로 평가되었습니다. 월 200건 넘게 체결하는 설계사가 다수 존재했을 정도로 엄청난 절판 마감이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봄이 되면 6년 전 절판한 3년 갱신, 100세 만기 실손의료보험의 2회 차 갱신 시점이 도래합니다. 청약 후 처음 갱신되었던 2016년 봄에도 절판을 위해 초기 보험료를 낮게 형성했던 일부 보험사의 갱신 폭이 너무 크게 느껴져 소비자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특별한 이슈가 없는 현재 내년 봄 절판했던 실손의료보험의 2회 차 갱신이 전체 실손 가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설계사 간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보험료를 납입하는 개별 소비자의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실손의료보험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보장범위도 자기부담금도 아닙니다. 바로 보험료 그 자체입니다. 보험료 납입의 주체인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지점이 보험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거 있고 합리적이며 의미 있는 토론을 위해 인스토리얼이 준비했습니다. 오명진 자문 계리사와 협업하여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구조를 해체할 예정입니다. 한국 보험 역사상 최초로 진행되는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구조 분석 콘텐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