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학(姓名學)에서 이름은 곧 운명이다. 이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굳이 나쁜 이름을 선호하진 않는다. 그런데 수많은 보험 담보 중 CI(Critical Illness)를 보면, 이름과 운명의 관계를 믿게 된다. 형용사 critical은 ‘비판적인’, ‘중대한’, ‘위태로운’이란 뜻을 가진다. CI 담보는 ‘중대한’이란 의미를 사용하고 있지만, 담보를 둘러싼 ‘비판적’ 상황으로 인해 ‘위태로운’ 형국이다. 방영 중인 보험 TV 프로그램에서 CI는 잘못된 보험 가입의 대명사로 사용된다. 상품명이나 증권에서 CI 또는 중대한이란 단어만 찾으면 해지가 유일한 해답이라 주장한다. CI는 이렇게까지 비난받아야 할 대상일까.

 

 

잘못 가입한 보험 상품을 판결하는 법정이 있다면, CI는 가장 억울한 피해자다. CI에 대한 비난은 ‘보상 가능성’에 집중된다. 많은 이들이 까다로운 약관 조항을 근거로 CI 무용론을 주장한다. 약관은 보험 법정의 판사다. 하지만 어려운 약관은 무시되고 말을 앞세운 비난만 난무한다. 따라서 고객은 항상 혼란스럽다. CI는 이름 그대로 ‘중대한’ 질병만 보장되어 필요 없는 것일까?

 

 

보험은 확률은 낮지만 경제적 손실이 큰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가입한다. 따라서 중대한 질병치료비는 보험 가입 목적에 알맞다. 그럼 약관을 통해 어떤 사고를 보장하는지 살펴보자.

가입한 보험 상품의 약관에 따라 세부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CI는 기본적으로 중대한 질병과 수술을 보장한다. 일반적으로 CI에 대한 비난은 3대 진단비와 비교를 통해 이뤄진다. 3대 진단비 약관의 보상 기준에 비해 CI의 까다로운 조건을 강조한다. 물론 일부 맞는 분석이다. 하지만 가입 중인 CI를 무턱대고 해지하거나, 3대 진단비로 갈아타는 것은 보험 가입 목적에 맞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측면만 살피며, 말하지 못해 억울한 CI를 변호해 보겠다.

 

 

많은 사람이 가입 중인 3대 진단비는 뇌, 심장, 암을 보장한다. 이 중 주인공은 단연 암 진단비다. 암 진단비를 살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암 보장 범위다. 일반암 보장범위가 넓은 암 진단비가 좋다. 과거 갑상선암을 일반암으로 인정하는 약관이 있었지만, 최근 약관은 소액암으로 분류한다. 소액암은 일반암 진단비보다 적은 금액을 보장하는데, 일반적으로 일반암 진단금의 10% 규모다. 둘 사이에 특정 소액암을 따로 정하는 약관도 있으며, 일반암보다 보장금액을 크게 정하는 고액암도 존재한다. 최근 10대 또는 5대 주요암을 별도로 정해 가입금액을 지급하는 약관도 존재한다.

“고액암 – 일반암 – (특정)소액암 : 내가 걸린 암이 어떤 암으로 분류되는지가 중요”

그럼 3대 진단비의 일반암과 CI의 중대한 암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론은 보장되는 암 범위에서 큰 차이가 없다.

<삼성화재 새시대 건강파트너 약관 – 중대한 암 정의>

약관을 통해 중대한 암의 정의를 보면, 침범 정도가 1.5mm 이하인 악성흑색종과 초기전립 선암을 제외하면, 일반암에서 보장하는 악성 종양과 큰 차이가 없다.

“CI의 중대한 암 ≒ 3대 진단비 중 암진단비”

 

특히 최근 암 진단비는 과거 일반암으로 분류된 암을 특정 소액암 또는 소액암으로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여성암인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을 포함 방광암 등이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중대한 암은 축소되는 일반암 보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이다.

“5대 주요 장기 중 2개만 보장되는 3대 진단비”

5대 주요 장기와 3대 진단비의 보장 범위를 살펴보자. 암은 신체 어디든 발병 할 수 있으니 제외하면, 3대 진단비는 주요 장기 중 뇌와 심장만을 보장한다. 암을 제외한 간, 폐, 신장에 발병한 질병을 대비할 수 없다. 반면, CI는 중대한 뇌졸중, 중대한 급성심근경색과 함께 말기 간질환, 말기 폐질환, 말기 신부전증으로 5대 주요 장기 모두를 보장한다. 물론 3대 진단비 약관의 보상기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까다로울 수 있다. 하지만 공백 없는 보장 범위가 CI의 장점이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말기 신부전증이다. 당뇨 및 고혈압의 증가로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최근 인공 신장 투석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도 만성 신부전의 증가세를 알 수 있다.

<삼성화재 새시대 건강파트너 약관 – 말기 신부전증 정의>

CI의 말기 신부전증은 만성 신장질환으로 정기적 신장 투석요법을 받으면 보상된다. CI 약관 전체가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특히 만성 심부전증에서 고액을 보상받을 수 있는 담보다.

모든 사고를 대비할 수 있는 완벽한 보험은 없다. 보험에 가입하거나 점검할 경우 무턱대고 해지 후 새로운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면책, 감액 기간 등 보장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질병사고는 암, 뇌출혈, 심근경색 이외도 다양하다. 따라서 3대 진단비만 대비할 필요가 없다. 특정 질병은 3대 진단비를 피해가지만 CI가 보장하는 3개의 중대한 수술로 보장되는 경우도 있다. 보험에 가입하는 진짜 목적은 큰 금액이 필요한 사고를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CI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한 번쯤은 의심해도 좋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