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총 10부작 으로 이루어진 Kim’s winter letter 중 9번째 글입니다.

 

<Kim’s winter letter – 김진수>

 

#9. 축소되는 설계사의 설 자리

 

To. 김승동 기자

 

편지 잘 읽었습니다. 또 몇 자 적어 보냅니다.

 

소비 방식의 거대한 변화

 

지난 편지에서 토스의 보험 중개 시장 진출 및 ‘보랏빛 소’에 비유하여 개별 설계사의 생존 조건에 대해 답해주셨습니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기자님의 답장을 읽고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를 다시 꺼내 살펴봤습니다. 흰색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만 존재하는 젖소들 사이에 보랏빛 소의 존재는 단연 눈에 띄고 차별화됩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눈에 띄어야 수요자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젖소가 필요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젖소를 키우는 이유는 우유(牛乳)를 얻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축산시설 및 집유(集乳) 시설이 필요합니다.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 경쟁자가 쉽게 진출하기 어렵고 젖소를 기르고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유제품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수요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모든 학교가 매일 우유를 받아 학생들에게 마시게 했습니다. 우유를 가공한 여러 유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어 소비자의 시선을 잡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은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유통기간이 짧은 유제품은 유통망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성장하는 시장에서 이런 점은 별다른 제약으로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만들면 팔렸고, 또 만들면 또 팔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채식과 진짜 건강함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유제품이 정말 인간의 건강에 이로운지에 대한 여러 의견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유제품을 대체할 다른 건강식품이 너무 많기 때문에 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제품의 원재료인 우유의 가격이 하락하고 젖소를 키우는 축산업자는 사료 값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보랏빛 소가 경쟁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소가 빛날 곳이 줄어들면 보랏빛의 차별성도 퇴색될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에게 보험은 반드시 필요한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피보험자가 줄어들어도 단기간 급격한 수요 축소는 관찰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요층이 보험 상품을 접하는 경험 자체는 대체될 수 있습니다. 분유보다는 산양유를 찾는 엄마가 늘어나고 먹기 귀찮은 우유보다는 종합비타민으로 건강을 챙기는 수요는 더욱 늘어나듯 보험을 소비하는 방식에서 큰 변화가 감지됩니다.

 

토스를 언급하셨으니

 

토스의 보험 중개 시장 진출에 대한 단독 기사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10년 간 보험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그 사건에 대한 기록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편지에서 언급했듯 토스는 기존 비대면 시장의 진입자와 다른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충분히 그 의미를 풀어주셨기에 반복하지 않고 저는 보랏빛 소가 빛날 수 있는 시장의 축소에서만 살펴보겠습니다.

 

비대면 채널은 거기에 맞는 보험 상품을 중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비대면 시장의 진입자 모두는 진출한 채널에 맞지 않는 상품을 중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스는 시장 진출을 넘어 2030세대에 맞는 상품의 개발까지 언급합니다. 이미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시장은 열리고 있습니다. 단종 보험사의 설립 자본금이 대폭 인하되었고, 이런 추세는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과거 보험사의 설립은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자본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설립조건이 완화되고 기술이 인력을 대체하고 있으며, 특히 재보험 시장과 외부 계리법인 등이 활성화되면 소규모 자본으로 단종 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품은 기존 대면 채널의 유통망으로는 중개될 수 없습니다. 높은 수수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케아(IKEA) 가구의 성공 요인은 보관 및 유통비용의 절감입니다. 보통 완제품 가구는 높은 물류비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케아는 소비자에게 조립은 전가하며 조립식 가구로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 것입니다. 토스가 진출하여 펼칠 중개 시장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기존 보험을 중개하던 방식이 아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스스로 보랏빛 소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전 중개 시장에서 보랏빛 소는 그 존재 증명의 시장이 점차 축소되는 것을 경험할 것입니다. 보랏빛 설계사는 생존하여 더 강해질 것이지만, 대다수의 무채색 설계사는 극심한 시장 축소를 온 몸으로 느껴야 합니다.

 

중개 채널의 효율 경쟁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중개채널의 다변화는 전통적 대면 시장의 힘을 위축시키고 수수료로 현 시장을 통제하는 보험사에게 더 큰 힘을 실어 줄 것입니다. 현재 신계약 원수 보험료가 대폭 감소하고 있는 대면채널을 보험사가 유지하는 이유는 장기 계속 보험료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손해보험사가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으로 확보된 수요층에게 그 당시 수익이 매우 높았던 ‘제3보험’을 판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0년 대 초반에 시장 확대기에 체결된 제3보험의 장기 계속분 수익이 점차 축소되고 있습니다.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의 예를 들면 최초의 종합형 상품인 super보험은 2003년입니다. 당시 10년 납 계약은 2013년에 납입의 만기가 끝났으며, 2018년 현재 15년 납도 끝이 났습니다. 2023년에 20년 납이 끝나며, 2022년에는 IFRS17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손해보험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할 것인데, 전속 대면 채널의 입지는 장기 계속 보험료 수익이 축소되는 것과 비례하여 좁아질 것입니다.

 

IFR17이 시작되면 신계약 사업비 상각을 초과하여 유지되는 계약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제3보험의 누적한도 초과로 전속 대면 채널은 위기며, GA의 평균 유지율은 낮습니다. 따라서 수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보험사는 더 효율적인 채널을 찾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토스의 움직임은 더 많은 대체채널의 활성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보랏빛 소가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유제품 시장이 클 때입니다. 그런데 현재 설계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보랏빛 찬란한 설계사가 되더라도 본인의 설계력과 관리력을 증명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기본 중에 기본인 고객에게 집중하여 시장을 확보하고 확장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중개 채널 경쟁이 본격화되고 각 채널의 효율이 비교될 경우 대면 채널의 장점을 증명할 시장이 축소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소비자를 중심에 놓을 시간입니다. ‘네 장미가 소중한 이유는 네가 장미를 위해들인 시간 때문’이라는 「어린왕자」의 구절처럼 고객과의 관계맺음을 제대로 할 때 개별 설계사는 자신만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랏빛 소가 시선을 끌 수는 있지만, 정말 소중한 것은 관계를 맺은 존재입니다. 고객은 자신을 챙기고 진심으로 도움을 주는 설계사를 보랏빛 설계사로 인식할 것입니다.

 

From.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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