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총 4부작 으로 이루어진 Kim’s winter letter 중 1번째 글입니다.

 

<Kim’s winter letter – 김진수>

 

#1. 2019, 보험 긴 겨울의 시작

 

To. 김승동 기자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듯합니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에서 몇 자 적어 보냅니다.

 

가을의 끄트머리에 서서

 

한국 보험 산업은 짧은 기간 큰 결실을 맺었습니다. 외형적 규모와 내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며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가을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겨울의 쉼과 봄의 부지런함 그리고 한 여름의 뜨거움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 사이 장마와 가뭄 그리고 태풍이 성장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 보험 산업은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그런데 2018년을 돌이켜보니 곧 다가올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낮은 출생률로 태아형 자녀보험의 시장은 급속이 냉각되고 있으며, 그 반대에서는 연령 인수조건을 초과하는 사람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사람도 줄어드는 동시에 개별 피보험자의 누적한도도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단순히 생명보험만의 위기로 인식할 수는 없습니다. 누적한도 여력은 제3보험의 성장 가능성과 직결됩니다. 제3보험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손해보험의 미래도 누적한도의 축소와 함께 저물 수 있습니다.

 

물론 기업 일반보험 등 성장여력은 남아 있지만, 현재 이 땅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는 전속 설계사의 장기 계속 보험료로 성장했고 유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심 성장 동력의 침체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입니다.

 

설계사를 통한 시장 확대의 한계

 

설계사를 언급하니 또 걱정이 몰려옵니다. 긴 겨울 온 몸으로 추위를 견뎌야 하는데, 겨울이 오는지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수입니다. 한국 보험 산업은 철저하게 보험사 전속 설계사를 통해 성장했습니다. 개별 설계사의 인맥은 보험 상품의 유동 경로로 활용되었기에 ‘설계 전문가’란 이미지보다는 ‘보험 상품을 파는 존재’란 인식이 강합니다.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는 곧 마케팅 비용입니다. 경제 성장기 설계사 채널을 통한 보험 상품의 유통은 한국 보험 산업을 단기간 성장시키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설계사 사이에서 ‘계약체결이 너무 어렵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이유로 더 이상 신규 계약을 체결할 여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별 설계사의 어려움은 곧 보험 산업 자체의 겨울로 이어집니다. 사실 이 겨울은 그들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할 것입니다. 보험사에서도 지속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설계사 채널의 대체 채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다이렉트 채널에서 성장 중인 보험 종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한국 보험 상품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합니다.

 

설계사 채널을 통해 성장한 한국 보험 산업은 막대한 수수료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세만기 상품의 기형적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정기보험이나 단기보험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았고, 고객이 이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체 채널에 맞는 상품이 당장 나오기도 힘든 현실입니다. 현재 다이렉트 채널은 본인에게 맞지도 않은 상품을 잘못된 방법으로 체결하기 위해 애쓰는 형국입니다.

 

또한 보험사 입장에서 설계사 채널을 버리기도 힘듭니다. 그들이 보유한 고객의 장기 계속분 보험료는 현재에도 수익의 근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설계사보다 정보 소유에 있어 우위를 점합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겨울이 오고 있음을 명확하게 알고 빙하기 같은 긴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GA채널의 수수료 논란과 전속 채널의 효율 증대를 위한 조치가 지속적으로 관찰됩니다. 예정된 미래, 거대한 한파가 몰려오기 때문입니다.

 

IFRS17 규칙의 변경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옵니다. 그리고 여름과 가을로 계절은 순환합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이 유독 길고 춥다면 이는 규칙이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IFRS17은 예정된 미래이자 계절의 순환 규칙을 변경할 만큼 막강한 위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이미 과거에는 살펴볼 수 없었던 보험사의 여러 움직임은 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분주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한기를 느낍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유지되던 연금과 저축성 보험에 대한 높은 시상률은 더 이상 찾기 어렵습니다. 유지보단 신계약 체결을 중시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유지될 수 있고 유지되어야 할 계약만을 인정합니다. 이와 더불어 승환계약에 대한 대규모 제재는 신계약비를 상각할 수 있는 기간까지 도래하지 못한 계약에 대해 ‘의미 없음’의 선언입니다.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제재는 시장 건전성을 명분삼고 있지만, 결국 긴 겨울잠을 자고 살아남기 위해 체질을 바꾸는 보험사의 노력입니다.

 

한국에서 보험 중개 시장은 과거에도 지금도 보험사에 의해 통제됩니다. 그들은 수수료를 통해 판매 채널을 움직입니다. GA 채널이 원수사를 선택하는 것 같지만 결국 수수료의 방향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채널을 통제하고 있으니 그 속에 소속된 설계사도 결국 보험사의 수수료 정책에 흔들립니다. IFRS17이 보험사의 수수료 정책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 거대한 변화는 결국 개별 설계사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의미에 관심이 없습니다.

 

답장을 청하며

 

기자님, 모든 산업의 발전과 쇠락의 중심에는 수요를 담당하는 소비자가 존재합니다. 인구감소는 모든 지형을 바꿀 것이고 설계사와 그들의 피보험자로 성장한 보험도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보험을 둘러싼 가장 큰 규칙의 변화로 촉발될 이번 겨울이 멸종을 향할지 혹은 찬란한 봄을 품은 긴 휴식 혹은 숨고르기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겨울을 맞이하고 이겨내는 우리들의 의지가 가장 큰 변수라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거대하게 점점 다가오는 겨울을 앞두고 막막한 심정이 편지의 내용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누군가 이 편지를 읽는다면 복잡한 글과 어려운 용어로 인해 쉽게 이해할 수 없음을 호소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다가오는 겨울의 초입에 서서 변화된 것을 살피고 변화될 것을 예상하니 혼란스러움이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봄은 올까요. 점점 더 추워질수록 꽃샘추위라 믿고 ‘이번만 잘 참으면’이란 헛된 희망을 품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우리란 누구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답장을 청합니다. 겨울에 대해서 혹은 겨울을 대비하는 것에 대해서. 기자님의 생각을 청해 듣고 싶습니다. 답을 주시면 저 또한 다음 답장에서는 조금 더 쉽고 자세하게 이번 겨울에 대해 풀어 볼 생각입니다. 더 추워지기 전 답을 받았으면 합니다.

 

누군가 우리의 편지를 살펴보길 희망하며

From.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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