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총 4부작 으로 이루어진 Kim’s winter letter 중 2번째 글입니다.

 

<Kim’s winter letter – 김승동>

 

#2. 보험전문 기자가 보는 보험시장

 

현재의 보험시장 상황을 굳이 영어로 표현하면 ‘Nothing matter a jot’입니다. 네, 한 마디로 ‘jot도 상관없다’인 상황이죠. jot는 부정문을 강조하는 명사죠. 의미 없는 jot입니다.

 

보험전문기자로 보험에 대해 글을 쓰고 있지만, 저는 엄밀히 말해 보험인은 아닙니다. 보험산업이 망가지던 말던 저는 jot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필드에 계신 지점장·팀장·설계사분들은 보험 시장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jot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갈수록 낮아지는 수당과 팍팍해지는 영업환경, 경쟁사보다 판매가 수월한 상품이 없음을 한탄하고 있을 뿐이죠.

 

어쩌면, 보험영업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대표님과 제가 이런 주제를 편지를 주고받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카톡이나 페메, 문자 등 인스턴트메시지가 익숙한 시기에 짧지 않은 편지를 먼저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분량도 담긴 의미도 결코 짧지 않은 글이었습니다. 저도 제 모든 생각을 가감 없이 토해놓겠습니다.

 

다만, 기사를 쓰는 게 직업이 되다보니 매번 딱딱한 글만 쓰게 됩니다. 그래서 대표님과의 편지에서는 조금 물렁물렁하게 쓰고 싶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어쩌면 매우 얼어붙은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눠야하기에 일부러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닌 푸딩처럼 물렁물렁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IFRS17이라는 새국제회계기준이 2020년이면 도입됩니다. 21년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20년부터입니다. 각 보험사는 20년부터 모든 체계를 IFRS17 수준에 맞춰야 합니다. 그래야 21년 대차대조표에 전년도(20년)의 회계장부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시간이 없습니다.

 

보험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급하게 여러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상품이 초장기라는 이유로 변화도 초장기로 하던 보험업계가 요즘 IT업계보다 더 변화가 빠르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작 변해야 할 필드는 끓는 물 속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천천히 끓는 차가운 물에 있는 개구리는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5년 이내에 40만 설계사 중 10만명은 줄어들 것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 몰라도, 감원은 실적순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보험사에서 GA로 이직하면 괜찮을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직한 GA가 통으로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잔여수당도 빵! 하면서 함께 사라지겠죠. 보험사가 설계사를 강제해촉하면 시선이라도 끌 수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기사도 내주겠죠. 현대라이프 사태처럼요. 하지만 초대형GA가 아니라면 언론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겁니다. 생겼다 3개월도 안 돼 사라지는 홍대 치킨집처럼 쓸쓸할 뿐이죠.

 

GA에서 밀리거나 GA가 사라지면, 지점장·팀장·설계사는 어떻게 될까요? 지위가 높고 계약 규모가 클수록 문제도 커질 겁니다. 어쩌면 종신보험 가입 여부를 새삼 따져볼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먼저 보내주신 편지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보험시장의 포화는 물론 인구구조학적인 문제까지 포함된 거죠. 그 중에서 저는 IFRS17에 대해서 더 많은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대표님은 대형손보사에서 필드 경험이 있으시니,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 대해서 더 깊은 말씀을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저는 정책당국과 소통이 가능하고, IFRS17에 관심을 조금 가지고 있는 기레기이니 회계 변화가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뭐 결론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지만요. jot도 상관없는 제가 시장이 jot됐다고 빨리 탈출하던가 아니면 철저히 준비하라는 것이겠죠.

 

희망보다 절망에 대한 글이어서 써 내려갈 때 웃음이 나지 않네요. 서두에 푸딩처럼 쓰겠다고 했는데…한겨울 베란다에 내놓고 잊어버렸던 푸딩처럼 딱딱한 글이 돼 버린 느낌입니다. 다음에는 품에 안고 한참 녹여야겠습니다. 나중에 편지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쯤이면, 푸딩이 다시 말랑말랑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을도 겨울도 아닌,

가울 혹은 겨을의 한복판에서 푸딩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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