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총 10부작 으로 이루어진 Kim’s winter letter 중 3번째 글입니다.

 

<Kim’s winter letter – 김진수>

 

#3. 바람이 불어오는 곳

 

To. 김승동 기자

 

답장 감사합니다. 보내 주신 글을 읽고 또 몇 자 적어 보냅니다.

 

찬바람을 느끼며

 

아직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지만 살짝 부는 바람에서도 차가움이 느껴져 다가올 추위의 길고 깊음이 짐작됩니다. 찬 기운에 놀라다가도 이 추위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듭니다. 진짜 추위가 시작되면 원망할 대상이라도 있어야 하니 원인을 따져보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파를 온몸으로 맞서야 하는 존재는 보험설계사입니다. 보험사와 권력 관계에 있어 설계사는 단 한 번도 무게중심을 소유한 적이 없습니다. GA채널의 보험사와 상품 비교는 이 권력관계를 흔들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 GA채널과 그 속의 설계사들은 수많은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한 후 자신이 ‘선택’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도 결국 수수료의 비교이지 상품의 비교는 아닙니다. 보험사가 GA로 향하던 수수료의 방향을 돌려버리면 말라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한국 보험 산업은 철저하게 보험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판에서 소비자도 설계사도 매번 흔들거리며 추위를 경험합니다. 소비자가 납부한 보험료로 계약 중개를 담당한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만 모든 힘은 보험사로 집중됩니다.

실제 수많은 GA를 관찰해보면 상품과 담보의 보장능력을 비교하지 않고 수수료를 많이 주는 곳이 어디인지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전속 설계사만 존재하던 시장에서 GA채널의 탄생은 여러 기대감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상품의 비교를 통한 중개 시장에서의 경쟁 도모는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상품 효용을 높이는 방향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 좋은 기회를 보험사가 뿌려준 수수료와 임차지원금의 단맛에 사로잡혀 놓쳐버렸습니다. 보험사 쪽으로 기울어진 무게중심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또 추위가 방해합니다.

 

겨울을 대비하는 보험사

 

수수료에 잠식당한 GA의 존재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선택지가 더 생긴 셈입니다. 전속 설계사에게만 집중하던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가질 수 있었고 수수료를 통해 시장을 지배하던 전술을 더욱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홈쇼핑, TM, 인터넷 다이렉트까지 설계사를 대체할 수 있는 채널이 계속 등장하고 점차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으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셈입니다. 향후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하는 새로운 채널이 등장할 것이고 그 때마다 한국보험의 역사에서 설계사가 가진 위상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2007년 8월 ‘인물과 사상’이란 잡지에 강준만 선생은 <‘연고복지’와 ‘각개약진 복지’가 만든 세계 6위>란 부제가 붙은 「한국 보험의 역사」란 소논문을 게재합니다. 내용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연고 복지란 한국 특유의 연고주의가 파산의 벼랑으로 내몰린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거리에 나앉게 된 사람에게 부모·형제·친척·친구들이 도움을 주는 건 한국에선 흔한 풍경이다. 한국 보험은 보험모집인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연고 복지를 이용해 급성장했다. ‘각개약진 복지란 사회복지의 열약함과 사회복지에 대한 불신 때문에 한국인들이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미래의 안전을 도모하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군사용어인 각개약진은 병사들이 적진을 향해 개별적으로 돌진하는 걸 말하는데, 이는 곧 한국인의 전형적인 생존경쟁 양식이기도 하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위험과 불안정성이 높은 나라다. 이걸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해결하려다 보니 보험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사회보험보다는 개인·가족보험이 훨씬 더 발달돼 있다.” (위의 책, 147~8)

 

설계사 개인 인맥에 기대어 보험 상품의 유통망을 확보한 보험사의 위력은 사회복지 제도가 미비했던 과거 한국 정부의 부족함에 힘입어 급속하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구 구조는 변하고 있어 보험 가입자의 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보험 가입률만 놓고 봐도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생명보험뿐만 아니라 손해보험도 겨울을 맞이할 것입니다. 더구나 복지 정책의 확대는 민간보험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님이 자세히 다루고자 언급한 IFRS17은 보험사에게 채널 효율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정된 겨울이지만 추위가 더 급속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만기환급금을 위한 적립보험료 선호, 세만기 초장기 보험 상품군 등 기형적 한국보험 상품의 형태는 높은 설계사 수수료를 보전하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보험사는 유일한 유통망을 통제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받은 높은 보험료를 수수료로 환원하여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대안적 채널이 존재하는 현재, 설계사 채널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는 보험사가 이 채널에서 먹을 것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대형 보험사가 판매 자회사를 설립하는 이유는 수수료 등 사업비 지출을 줄이며 장기 계속보험료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없어진다면 채널에 대한 근본적 효율에 대해 따져 묻기 시작할 것입니다.

최근 GA에 대한 수수료 통제 및 제재 확대는 신계약비 상각에 도달하지 못하는 해당 채널의 높은 승환율과 낮은 유지율에 대한 경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답장에 언급하신 것처럼 GA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도 하위사가 소멸되는 일도 곧 벌어질 것입니다. 개별 설계사는 전속과 GA사이에 끼여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다른 대체 채널에 눌리며 힘겹고 긴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IFRS17이란 촉매

 

화학반응의 속도를 촉진시키는 정촉매와 반대로 늦추는 부족매가 존재합니다. 이번 겨울이 깊고 긴 이유는 인구구조학적 문제를 비롯하여 한국 보험 산업의 품은 여러 어둠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IFRS17이란 촉매가 존재합니다. 개별 설계사와 소비자 입장에서 이 촉매가 정촉매일지 아니면 부촉매일지는 겨울을 어떻게 예측하고 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답장을 주시면 읽고 예정된 겨울의 또 다른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From.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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