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총 10부작 으로 이루어진 Kim’s winter letter 중 4번째 글입니다.

 

<Kim’s winter letter – 김승동>

 

#4. 영업도 어려운데, 수수료도 줄어들겠죠

 

To. 김진수 대표님

 

운동장은 한번도 평평했던 적이 없습니다. 겨울이 되면 무게의 추는 더 기울 겁니다. 보내주신 글을 읽고 답을 드립니다.

 

머리카락처럼지키고 싶은 수당

 

아시겠지만 저는 스님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지키지 못한 머리카락이라면 과감히 포기하자 결심한 탓이죠. 머리카락은 지키지 못했지만 자존감까지 포기한 건 아닙니다. 풍성하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빗어 넘기면, 오히려 더 없어 보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때 오히려 단점을 극복할 수 있죠. 부모님께서 주신 외모 덕에 일찍부터 깨달은 진리죠.

 

대표님께서 주신 편지 [#3. 바람이 불어오는 곳](클릭 링크이동)에서 ‘한파를 온몸으로 맞서야 할 존재는 보험설계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가장 헐벗은 몸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이 GA겠죠. 보험사는 설계사와 GA를 바람막이 삼아 뒤에 서 있을 겁니다.

 

지난 10월 4일 금융당국은 ‘보험설계사-GA 관련 정보, 이제 투명하게 보여드립니다’라는 정책 자료를 냈습니다. 골자는 ‘e-클린보험 시스템(가칭)’을 구축해 불완전판매율, 계약유지율, 제재이력 등을 공개하겠다는 거죠. 이는 곧 실적이 아닌 신뢰도를 중심으로 평가를 하겠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필드는 실적 위주로 평가되어 왔습니다. 유지율 등 신뢰도 지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죠. 하지만 이게 뒤집어진다는 겁니다. 조만간 실적과 함께 유지율을 볼 겁니다. IFRS17(새국제회계기준)에서는 미래의 이익을 시나리오 방식으로 책정하기 때문이죠. 유지율 지표가 실적을 계산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18년 10월 5일 – 보험설계사 GA관련 정보, 이제 투명하게 보여드립니다>

 

 

 

지금까지 보험사가 유지율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이유는 이익 때문입니다. 계약만 많으면 돈을 벌 수 있었죠. 아니 유지율이 높으면 오히려 보험사 이익에 도움이 안 됐죠. 20년 무사고 운전자를 꺼려하는 자동차보험과 같죠. 하지만 IFRS17에서는 유지율이 이익에 반영됩니다. 유지율 지표가 깨지면 보험계약리스크가 높아지죠.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건 수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요컨대 현재는 높은 유지율이 돈이 안 됐지만, 앞으로는 유지율이 높아야 돈이 된다는 거죠. 실적은 좋은데 유지율이 낮은 설계사는 퇴출될 가능성이 커질 겁니다.

 

또 수당은 더 낮아질 것입니다. 분급은 강화될 것입니다. 사업비는 10원짜리까지 공개될 것입니다.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지난해에는 저축보험, 올해는 연금보험의 수당이 낮아졌죠. 저금리 기조로 저축성보험의 환급금이 낮아지니 금융당국은 해지환급금은 높이라고 지시한 탓이죠. 보험사는 해지환급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손쉬운 수당을 줄인 겁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은 물론 보장성보험 사업비를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럼 보험사는 어떤 방법을 택할까요? 가장 쉬운 것부터 할 겁니다. 바로 수당을 줄이는 거죠.

 

이미 저축성보험 위주로 영업하던 설계사들의 소득은 크게 쪼그라들었죠. 소득을 맞추기 위해 종신보험을 저축컨셉으로 판매하기도 하죠. 자필서명을 위조한 가라계약과 경유계약도 증가 추세죠.

 

이런 상황에 보장성보험 수당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보장성보험이 저축성처럼 분급이 확대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이런 상황을 왜 보험사는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을까요?

 

저번 편지에서 5년 내에 40만 설계사 중 10만명이 줄어들 것이라고 썼습니다. IFRS17으로 인한 찬바람을 설계사들은 정면으로 맞아야 할 겁니다.

 

제가 지키지 못할 머리카락을 과감히 버린 것처럼, 설계사는 지키지 못할 수당을 과감히 내려놔야 할 겁니다. 줄어드는 수당에 미련을 갖지 말라는 얘깁니다.

 

설계사는 맨몸으로 가장 찬바람을 맞게 될 것

 

수당이 줄어들면 해결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더 많은 계약을 체결하거나 고액 계약을 해야겠죠. 하지만 쉬운 일인가요?

 

이미 보험산업은 오전 11시에 마른오징어를 하나 뜯고 점심으로 꼬들꼬들한 라면을 들이켠 후, 후식으로 짭짤한 프레첼을 먹은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더 먹기가 괴로운 수준이란 거죠. 짠 음식들이라 목은 더 말라오는데 물을 먹기도 괴롭습니다. 포만감을 넘어 고통스러운 상황이죠.

 

종신보험 기계약자에게 접근해 또 보험리모델링이라며 종신보험을 권하고, 보험다이어트라며 종신보험을 권했죠. 종신보험 증권을 보면 전환계약을 한 게 많습니다. 기존 종신보험을 깨고 해지환급금으로 신상품에 가입시킨 겁니다. 보험료는 일부는 거치 일부는 월납이죠. 비유하자면 너무 먹어서 토한 걸 다시 먹인 셈이죠. 지금까지는 보험 정보가 많이 공개되지 않아 이런 계약이 가능했습니다. 저해지나 무해지 등의 보험료만 적어 보이는 상품이 인기를 끈 것도 이 때문이죠.

 

“고객님! 보험료는 줄이고 보장은 키워드립니다”라고 어프로치했죠. 하지만 “다만, 일부 특약은 재가입 못해드리며, 납입기간에 해지하면 환급금 없습니다”라는 설명은 강조하지 않았죠.

 

이제 소비자들도 많이 깨달았습니다. 4050세대는 가입을 꺼려하고, 2030세대는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지난 편지에서 대표님께선 ‘설계사 채널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를 ‘먹을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표현하셨죠. 저는 그 의견에 동조하면서 하나 더 덧붙입니다. ‘아직 더 먹을 게 많은 채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요.

 

설계사는 맨몸으로 가장 찬바람을 맞게 될 것입니다. 보험사는 아직 답을 못 찾았기 때문에 설계사의 사업비 축소를 생각할 겁니다. 이 총대를 금융당국이 대신 메주는 역할을 할 뿐이죠.

 

만약 보험사가 먹거리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겨울이 끝날까요? 글쎄요. 한번 낮아진 수당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답을 찾은 그 채널로 급속히 이동할 겁니다. 갑자기 스님 코스프레한 제 머리가 시리네요.

 

찬바람이 붑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가울 혹은 겨을의 한복판에서 시린 머리를 후드티 모자로 덮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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