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총 10부작 으로 이루어진 Kim’s winter letter 중 5번째 글입니다.

 

<Kim’s winter letter – 김진수>

 

#5. 봄날은 간다

 

 

To. 김승동 기자

 

바쁘신데, 매번 답장과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또 몇 자 적어 보냅니다.

 

일상을 지탱하는 보험

 

보험이 필요한 사람은 일반 대중입니다. 한반도 남쪽의 일상을 매일 살아내는 흔한 사람에게 보험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상해나 질병 등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부터 각 개인의 일상을 온전하게 지켜내기 위해서는 보험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보험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만약 자동차보험이 멈춘다면, 국가 전체의 운송시스템이 멈추는 것입니다. 이처럼 개인이 가입하고 있는 보험이지만 개별 계약이 모이면 사회간접자본의 역할을 수행할 만큼 현대사회에서 보험의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지난 편지에서 강준만 선생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한국 보험 산업은 개별 설계사의 인맥을 유통망으로 활용한 개인보험에 집중하여 단기간에 발전했습니다. 이때까지 기자님과 편지로 나눈 내용은 주로 보험사 입장에서의 변화였습니다. IFRS17, 유지율, 수수료 등은 보험사쪽에서 설계사에게 불어오는 찬바람입니다. 아직까지 설계사를 통한 계약 체결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험사가 만들어낸 냉기는 설계사를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도 전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산업의 근원은 ‘수요’입니다. 공급과잉상태의 한국보험 중개시장이 현 구조를 유지할 수 없는 이유는 수요할 수 있는 사람 즉, 피보험자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저출산×고령화’의 승수효과는 양변에 ‘급격한’이란 형용사가 붙어 급속한 시장 축소를 불러올 것입니다. 그런데 설계사 입장에서 보면 현 상황을 더 냉각시킬 위험이 존재합니다.

 

수요층의 방향전환

 

지난 답장에서 기자님은 보험사가 대면 채널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한 저의 분석에 ‘아직 더 먹을 게 많은 채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란 항을 더하였습니다. 저 또한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실 이 위험이 설계사의 존재를 가장 크게 위협할지도 모릅니다. ‘더 먹을 것이 많다’는 뜻은 더 효율적인 채널을 의미합니다. 한국 보험 산업에서 채널의 의미는 보험사가 수수료로 통제하는 유통망을 의미합니다. 소비자가 낸 보험료가 수수료로 전환되는 곳이자 보험 계약이 성립하는 최전선이 곧 채널입니다.

 

대면채널만 중개권을 독점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고, 많은 소비자가 인터넷 다이렉트 등으로 보험을 가입한 경험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에서 대면 채널 이외 채널이 가진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는 설계사가 아닌 방식으로 보험에 가입해 본 경험, 그 자체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현재 모 손해보험사 다이렉트 메인 화면을 살펴보면, 자동차보험뿐만 아니라 제3보험 중 특별약관의 수가 가장 많은 자녀보험까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설계과정을 소비자에게 맡겨야하기에 사업방법서를 변경하여 미리 조합된 특정 설계값을 선택하게 만들지만 가입 가능한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에는 접속자의 동의를 받아 기 가입정보를 획득하여 맞춤형 설계값을 추천해주는 다이렉트 장기보험도 출시되었습니다.

 

현재 다이렉트 채널은 분명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다른 보험 종목에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사의 다이렉트 점유비는 미비하며, 손해보험사도 자동차보험을 제외하고는 체결률에서 의미있는 숫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아무리 정보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설계사 채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이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공룡처럼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 것입니다.

 

설계사를 통하지 않은 보험 가입 경험의 증가는 얼마든지 더 효율적인 채널이 있다면 이를 선택할 잠재적 소비자가 늘어남을 의미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업비가 적은 채널을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하게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경험을 선택할 것입니다. 물론 대면채널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설계력을 갖춘 최상위 수준의 설계사를 제외하고는 큰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설계매니저나 영업관리자에게 자신이 해야 하는 설계를 떠넘기는 대부분의 ‘설계하는 사람’이 아닌 ‘보험을 파는 사람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물론 최상위 수준의 설계사가 살아남을 시장은 존재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복잡한 형태의 설계가 필요한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대중은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채널이 등장하는 순간 방향을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보험 상품의 진화

 

아직까지 대면채널 이외 채널이 확대되지 못한 이유는 대면채널용 상품을 중개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태리 원목 수제 가구를 이케아(IKEA)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곳 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 가구를 판매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보험사는 대면채널을 대체할, 기자님 표현대로라면 ‘더 먹을 것이 많은’, 달리 표현하면 사업비가 적은 효율적 채널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설계사를 두고 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체채널을 찾는다면, 대면채널은 곧 대체될 것입니다. 보험사도 소비자도 사업비가 적은 효율적 채널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입문이란 학부 교양과목에서는 ‘완전 경쟁 시장에서는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초과이윤이 0이 되는 가격이 형성 된다’고 가르칩니다. 공급자인 보험사도 수요자인 소비자도 양측이 원하는 새로운 지점을 찾는다면 거기에 맞는 단기보험, 단종보험, 미니보험 등의 다양한 형태의 보험 상품이 등장할 것입니다. 이때가 현재의 보험 상품이 퇴화되고 새로운 보험 상품으로 진화하는 순간이자, 대면채널의 대체가 시작될 시간으로 예상됩니다. 중개 독점권이 무너져 다른 채널과 완전히 경쟁하는 상황에서 초과 수수료(=사업비, 보험료)가 발생하는 공급망을 선택할 수요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 시간은 굉장히 빨리 찾아올 것입니다. 또한 IFRS17로 인해 보험사는 사업비가 적은 대체채널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할 것입니다. 소비자도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보험이 있다면 거부감 없이 새로움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축이 만나는 순간 한국 보험 역사상 가장 큰 채널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겨울이 가면 반드시 봄이 옵니다. 하지만 그 봄을 맞이하는 쪽은 작년에 찾아온 봄을 경험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봄날은 가지만 또 다른 봄은 옵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 이후 찾아올 봄은 완전히 다른 봄일듯하여 조심스럽게 몇 자 적어 보냅니다.

 

From.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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