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총 10부작 으로 이루어진 Kim’s winter letter 중 6번째 글입니다.

<Kim’s winter letter – 김승동>

 

#6. 프랜차이즈도 못 이기면 설계사 하지 마라

 

 

To. 김진수 대표님

 

보험사가 하는 고민의 방향이 바뀐 걸 느낍니다. 하지만 설계사 대부분은 고민의 방향이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태될 수밖에 없는 설계사는 도태도 되어야

 

요즘 TV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은 연예인이 아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입니다. 가히 백종원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죠. 그가 최근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국회위원들은 자영업 대책을 물었고 그는 “시장 원리를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도 돼야 한다”고 말했죠. 그리고 “시장에 비해 너무 포화상태”라고 그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IFRS17로 인한 보험시장 변화에 대해 말하겠다 해놓고, 웬 백종원 씨냐고요. 사실 보험산업의 구조가 외식산업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지난해 강의(보험 명견만리Ⅰ)에선 대리운전시장을 가지고 설계사 분들의 현실을 말하기도 했죠). 보험사는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라고 가정하죠. 그러면 보험사 영업지점은 직영점, GA는 가맹점으로 비유가 되겠죠. 설계사는 무엇이 될까요? 아마 가맹점 소속 근로자가 될 것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설계사는 급여를 받는 게 아닌 수당을 받는다는 점뿐이겠죠.

 

시장에서 돈을 벌려면 숙련도가 높아야 합니다.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숙련의 표준화’죠. 외식업에서 필요한 숙련이란, 재료 조달·음식조리법·가게 운영·서비스·잠재고객 홍보 등의 능력이겠죠. 보험사 영업지점은 숙련의 표준화를 위해 노력합니다. 13개월 차 25개월 차 등 기간에 따라 획일화 된 교육을 합니다. 또 상품을 개발하면, 이 상품을 판매하는 화법에 대한 교육도 합니다. GA는 숙련도를 키우기 위한 능력까지 외주 준 것이겠죠.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덜 들어갑니다. 가맹점만 많으면 저비용·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죠.

 

밥은 매일 먹어야 합니다. 수요가 끊이지 않죠. 반면 보험은요?

 

종신보험이나 세만기 보험을 2건 이상 가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저축성보험 시장은 끝났죠. 소비자는 이미 너무 많은 보험을 먹어서 배가 부른 상태입니다. 보험사들은 아직 배가 고픈 잠재고객을 찾아 나섰죠. 유병자나 치아보험, 어른이보험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펫보험으로 애완동물까지 잠재고객으로 맞이했죠. 그래서 시장은 조금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잠재고객들도 곧 보험 배가 부를 겁니다. 앞서 편지에서 말씀하신 저출산·고령화 문제죠.

 

배가 부른 사람은 다시 식당을 찾지 않습니다.

 

보험사는 걱정이 됩니다. 지금까지는 계속 신시장을 개발하고 신개념의 상품을 출시하고, 만기를 늘리고 적립보험료를 확대해서 성장했습니다. 이제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거죠. 그렇다고 먹었던 걸 토해내고 다른 음식을 다시 먹으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계약과 해지, 계약을 반복했던 고객들은 이제 그 식당에는 가질 않습니다.

 

장사가 안 되는 식당은 어떤 대책을 세울까요? 가장 우선 홍보에 집중하겠죠. 홍보를 하려면 비용이 발생합니다. 시책을 높이는 게 이와 비슷하네요. 홍보를 해도 답이 안 나오면, 즉 비용을 투입했는데 성장을 못하면 어찌 할까요? 그럼 줄이겠죠. 경쟁자가 도태되고 고객이 다시 배가 고플 때까지 버티는 식당은 다시 사람들이 찾아올 겁니다.

 

보험 침투도는 거의 100%에 달합니다. 등록된 보험설계사는 41만명이 넘죠. 5200만 인구 중 보험가입을 하지 못하는 아이와 노인을 감안하면, 100명 중 1명은 보험을 판매한다는 거죠. 고객들은 이미 밥 먹은 거죠. 하지만 식당은 너무 많습니다.

 

보험사는 더 이상 지점이나 가맹점을 늘리려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도태될 수밖에 없는 설계사는 더 끝으로 내몰리겠죠.

 

보험 프랜차이즈, 오픈형 주방 도입

 

앞서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숙련의 표준화’라고 했습니다. 개인이 보험이라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설립하기엔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자본이 없는 가맹점주와 근로자는 노동력을 제공합니다.

 

노동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는 숙련도를 높입니다. 어디까지요? 표준화까지요. 보험사는 표준화 이상으로 숙련도가 뛰어나길 바랄까요? 제 생각을 NO 입니다. 보험사는 표준화 정도까지만 숙련을 시킵니다. 장인의 숙련도를 갖추면, 보험에 대해 보험사 직원보다 많이 알면…특히 지급·심사팀을 힘들게 하면, 경쟁자가 됩니다.

 

이제 편지의 결론을 내야겠네요.

 

IFRS17이라는 제도는 프랜차이즈의 국제 표준을 만들겠단 겁니다. 가령 지금까지 주방 인테리어는 본사가 정한 규정으로 하면 됐습니다. IFRS17이라는 제도가 도입되면, 모든 프랜차이즈 주방을 오픈형으로 바꿔야 합니다.

 

멀쩡한 기존 인테리어를 부수고 오픈형으로 바꾸기 위해 비용이 들어갑니다. 또 주방을 그대로 드러내야 하니 위생관리도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주방장이 조리하는 모습도 공개되겠죠. 조미료를 많이 넣어 맛을 내던 곳은 소비자가 더 쉽게 알아챕니다.

 

밥 먹으러 오는 사람도 줄었는데 인테리어 비용이 더 들어가고, 주방도 공개해야 하는 거죠. 지난번 편지 제목처럼 ‘영업도 어려운데, 수수료까지 줄어들겠죠.’

 

그럼 점주는 어떤 고민을 할까요?

 

흔히 보험을 ‘인지(人紙)산업’이라고 하죠. 사람과 종이(서류)만 있으면 된다는 겁니다. 이 중 종이는 전자문서로 대체됐죠. 비용이 줄었습니다. 사람은요? 이제 점주는 본격적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른 건 이미 마른수건 짜듯 짜냈죠.

 

그럼 근로자, 아니 설계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인의 숙련도를 갖춰야 합니다. 고객이 프랜차이즈 본사 브랜드를 보고 찾아오게 하는 게 아닌 설계사의 친절함 등을 보고 오게끔 해야겠죠. 본사의 단골이 아닌 설계사의 단골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험 프랜차이즈 시장에 계속 남아 있으려면, 이제 이 고민을 해야겠죠. 어떻게 해야 단골을 만들 수 있을까?

 

글을 쓰다 보니 배가 고프네요. 뭐라도 좀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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