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총 10부작 으로 이루어진 Kim’s winter letter 중 8번째 글입니다.

 

<Kim’s winter letter – 김승동>

 

#8. 보랏빛 설계사가 온다

 

 

To. 김진수 대표

 

보험설계사는 설계사입니다. 판매자가 아닙니다. 보랏빛 설계를 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겁니다.

 

금융 플랫폼 토스, GA 시장 진출

 

아시겠지만 저의 직업은 기자입니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記者, 즉 기록하는 놈이죠. 기록을 위해 취재를 하다가 우연히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때가 있습니다. 좋은 기록을 하게 되는 순간이죠. 바로 지난 11월 14일에 단독으로 쓴 ‘1000만 금융플랫폼, 토스 GA 설립…보험업 진출’ 제하의 기록입니다.

 

관련 소식을 접했을 때 좋은 기록이 될 것으로 확신했죠. 그리고 토스 담당자와 소통을 하면서 이런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토스가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죠.

 

  • 가입을 권유하지 않고 인바운드로 상담 위주 영업을 하겠다.

  • 고객정보도 본사인 토스와 완전 분리, 토스금융서비스가 새로 생성하겠다.

  • 수당은 영업실적이 아닌 상담 서비스에 대한 고객만족도 평가를 최우선으로 하겠다.

  • 기존 상품이 아닌 토스를 주로 사용하는 2030세대에 맞는 신상품을 개발하겠다.

 

우선 ‘가입을 권유하지 않고 인바운드로 상담 위주로 영업을 하겠다’는 것부터 보죠. 현재 온라인보험들도 사실 이 조건엔 부합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 자회사인 라이프플래닛도 아웃바운드를 하지 않습니다. 고객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닌 고객이 직접 찾아 들어오게 하죠.

 

라이프플래닛 상품은 고객 입장에서 정말 가성비가 최고인 상품들입니다. 하지만 출범 5년째인 2017년 결산까지 순손실을 기록했죠. 6년째인 올해도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고객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에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 회사는 적자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시 말해 ‘권유하지 않는 인바운드 상담 위주의 영업’은 토스가 처음이 아니며, 이것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는 거죠.

 

‘고객정보도 본사인 토스와 완전 분리, 토스금융서비스가 새로 생성하겠다’도 라이프플래닛과 마찬가지입니다. 라이프플래닛 역시 본사인 교보생명의 고객정보를 가져다 쓰지 않죠. 당연한 것입니다. ‘고객정보 분리’ 역시 당연한 것이며, 영업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거죠.

 

제가 토스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은 그 설계사 수당 체계와 상품에 대한 목표를 세웠다는 데 있습니다.

 

‘수당은 영업실적이 아닌 상담 서비스에 대한 고객만족도 평가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토스는 강조합니다. 지금까지 보험 영업시장은 실적 위주로 평가했습니다. 많이 파는 설계사가 좋은 설계사였죠. 때문에 설계사들은 명함에까지 MDRT니 COT니 하는 것들을 새겨 넣었습니다. 각 회사가 주는 루키, 챔피온, 3W 등도 넣었죠.

 

그런데 토스는 이런 걸 안 하겠다는 겁니다. 대신 ‘상담만족도 지수’ 같은 걸 개발, 이런 서비스 지수를 수당에 녹여, 실적보다 더 많이 반영하겠다는 겁니다. 만약 ‘상담만족도 지수’가 합리적이면, 그 여파는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기존 상품이 아닌 토스를 주로 사용하는 2030세대에 맞는 신상품을 개발하겠다’고도 어필합니다. 사실 이 얘기를 듣고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필요충분조건을 달성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성공의 퍼즐만 끼어맞추면 될 듯해서요.

 

판매채널이 달라지면 판매하는 상품까지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수십년을 이어온 보험산업의 영업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수당체계는 물론 상품까지요.

 

사실 저는 기자로서 온라인보험에 엄청난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때문에 초기 온라인보험을 구축한 보험전문가들과 소통을 많이 했죠. 그리고 그들에게 온라인에서 최소한 ‘종신보험’을 판매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죠.

 

요는 이렇습니다. ‘온라인사업 초기에는 유저 확보가 최우선이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대면채널의 종신보험을 공격해야 한다. 대신 저렴한 만기가 10년 이내로 짧은 정기보험을 내세워라. 보험료가 월 3만원 이내여야 한다. 정기보험 가입자가 100만 명만 넘고, 사망보험금을 수령한 사람이 많아지면 마케팅 비용 투입은 끝난다. 알아서 구전 효과가 생겨 업셀링 기회가 충분히 만들어질 것이다’라는 거였죠.

 

제가 이렇게 강조했던 건, 너무 고액보험 위주로 권하는 대면채널의 불신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죠. 물론 보험료 베이스로 수당을 받는 설계사는 억지로 적립보험료를 끼어서라도 비싸게 팔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정기보험을 강조하지도 못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정기보험은 종신보험과 똑같은 효과를 지니는 신선하고 새로운 상품일 수 있습니다.

 

초기 온라인보험 전문가들이 집중한 상품은 대면채널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할인버전이었죠. 소비자가 느끼기엔 새로운 상품이 아닌 불편한 상품이었습니다. 조금 저렴하다는 이유로 설계사가 해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품으로 생각한 거죠.

하지만 토스는 이미 1,000만 유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정기보험 가입자 100만 명을 기록해야 한다는 것에 내포된 의미를 이미 달성했다는 거죠. 이제 이해가 쉬우면서 생활에 밀접한 상품이 나오면 됩니다. 토스의 성공 가능성을 저는 매우 높게 예상하고 있는 거죠.

 

물론 지금 온라인생명보험의 성공여부를 따지기엔 이릅니다. 다만 확실한 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온라인보험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거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왜 뛰어들었을까요? 업계 선두주자조차 5년간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그건 지난번 편지에서 언급했던 ‘인지산업’에서 인(人)을 줄이기 위한 실험일 것입니다. 사람을 줄이는 이유는 IFRS17 등으로 인한 비용 감소가 바탕이 되었겠죠. 온라인보험이 활성화되면, 사실 보험사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효도상품이 될 수밖에 없죠. 저렴한 사업비에 사업통제력도 좋은 채널이기 때문이죠.

 

토스, 보험산업 뒤흔들 수 있을까?

 

똑같은 추위 앞에 서 있어도 사람마다 추위를 느끼는 상대적 차이는 존재합니다. 추위에 강한 사람이 있듯 보험 산업에 예정된 위기가 방문하더라도 개별 설계사의 생존력은 큰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과거의 소비자가 보험사를 믿고 가입했다면, 앞으로는 개별 설계사를 믿고 가입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정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대안채널이 확대될수록 개별 설계사가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능력은 차별적 경쟁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번 편지에서 대표님은 위와 같이 말했죠. 정말 공감합니다. 그래서 이번 편지의 제목을 ‘보랏빛 설계사’로 꼽았습니다. 설계사 중에서 보랏빛 설계사만 살아남을 겁니다. 모두 같은 무채색의 젖소가 있는 곳이 소 한 마리만 보라색이라면 어떻게 보일까요? 아마 주인공처럼 보일 겁니다. 사람들은 그 소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오겠죠.

 

소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털색을 바꿀 수 없죠. 사람은 소가 아닙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지금 무채색이라도 보랏빛이 될 수 있죠. 저는 그 준비의 첫 번째는 보험사에서 하는 획일화된 교육을 뛰어넘는 거라고 봅니다.

 

보랏빛 소의 비유는 사실 세계적 마케팅 전문가인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란 책에 나오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은 무엇이든 눈에 띄고 차별적 경쟁력을 만들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역설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개별 설계사가 본인을 어떻게 차별화시켜 생존하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대표님 말씀대로 설계사는 판매가 아닌 설계를 해야 합니다. 판매는 부차적인 거죠. 다만 상품의 기본적인 특징을 파악하고 분석도 하지 못하면, 설계가 불가능할 겁니다. 때문에 최소한 내가 판매하는 상품은 물론 경쟁자들의 대한 상품을 파악해야 합니다.

 

가령 모든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보험을 비교해 권할 수 있어야하는 건 기본입니다. 여기에 증권사의 월지급식펀드와 비교해서 왜 연금보험이 우위에 있는지를 설명해야 할 겁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설계입니다.

 

11월 14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IFRS17 도입을 1년 연기했습니다. 2022년에 도입되죠. 보험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시간을 그만큼 벌었다는 거죠. 그럼 필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저는 필드는 오히려 힘든 시기가 더 길어질 거로 봅니다. 주식시장으로 비유하면, 주가하락의 폭은 같지만 그 시기가 더 길어지는 거죠. 직설적으로 말하면 수수료 하락 시기가 더 길어지는 겁니다.

 

수당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토스와 같은 신채널이 보험산업에 진입하기도 하겠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상품을 제공할 겁니다. 설계사가 보랏빛이 되지 않으면, 정말 생존하기 힘든 시기가 될 것입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데 올해 첫눈이 오네요. 다시 세상은 똑같이 무채색으로 획일화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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