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보험회사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나요? 그 속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할까요? 보험회사에 소속된 사람, 특히 보상과 직원은 ‘보험금을 적게 주기 위해 노력하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교통사고 경험자는 많지만 자동차보험으로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사람은 손해보험사에 속한 대인보상 담당자입니다. 그들의 업무를 경험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되어보는 일은 가능합니다.

정철오 손해사정사는 삼성화재에서 자동차보험 대인보상 실무 및 관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입니다. 그의 글을 통해 이 글을 읽는 누구나 대인보상 담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될 <자동차보험 대인보상 24>라는 제목의 콘텐츠들을 통해 자동차보험 대인보상 직원의 업무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자동차보험 대인보상 직원의 업무를 포스팅으로 체험해보고 자동차보험 보상과 관련된 진짜 정보를 얻어 가세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콘텐츠에 등장하는 대인보상직원 ‘나’는 가상의 인물임을 밝힙니다.

 

일요일 저녁 11시. 즐겨보는 TV 프로그램도 끝나고 다가오는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하지만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월요일이면 항상 주말에 발생한 교통사고를 몰아서 만나기 때문이다. 내게 새로 배당될 교통사고도 부담스럽지만, 지난 금요일 면담해야 할 진상 피해자와의 만남을 연기한 일이 떠올라 머리가 아파진다.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돌아오는 주말의 휴식 덕분인지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생기가 돌아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 몰아닥치는 마감 실적에 대한 엄청난 압박, 센터장의 잔소리, 끝없는 야근, 피해자의 억지와 불만을 견디려면 그야말로 좀비가 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렵다. 특히 말도 안 되는 진상 피해자는 사람으로서 만나면 견딜 수 없을 정도이다.

병원과 사무실을 오가며 교통사고 대인피해를 처리하는 일은 매일 반복되지만 쉽게 익숙해지진 않는다. 업무에 대한 불편함은 사람으로서 지켜내야 할 마지막 방어선이다. 교통사고 피해자를 감정 없이 대하기엔 내 감정이 아직 여린 것 같다. 주 중에는 마치 좀비처럼, AI 로봇처럼 지내다가 비로소 주말이 되면 온전한 내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다시 돌아오는 월요일에 감정 없는 좀비와 로봇으로 돌아갈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일요일 밤인 것이다. 대형 손해보험사에 입사 후 대인보상팀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어느덧 7년이 되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월요일 이른 아침은 어김없이 나를 깨웠다오지 않는 잠과 사투를 벌인 긴 밤의 여파로 거울에 비친 내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선명하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회사로 출근 후 신규 배당 건을 확인한다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발생된 교통사고 중 내가 처리해야 할 건은 총 8. 내 옆자리의 김대리는 신규 발생 건이 없다며 아침부터 싱글벙글 웃음이 넘친다접수된 교통사고는 담당 병원에 따라 배당된다주말 동안 신규 배당이 없다면로또 당첨과 다름없는 것이다그저 부러울 뿐이다.

 부러움을 뒤로 한 채 내게 배당된 8건의 업무를 시작한다. 일보서류’(최초 사고 발생 시 콜센터 사고 접수 통화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는 서류)와 현장 출동 담당자가 작성한 현장 출동 보고서를 검토한 후 해당 피보험자(역주:피보험자란, 내가 일하는 손해보험사에 자동차보험을 가입한 사람)에게 최초 안내 전화를 건다그리고 입원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 방문 시간을 안내하고 만남을 약속한다외근 가방에 서류를 대충 구겨 넣으며 센터장에게 인사를 던지고는 그 길로 병원으로 향한다.

처음 방문할 병원은 도심 외곽에 위치한 S 병원. 인근에 준종합병원이 없어 항상 환자로 붐비는 곳이다원무과에 들려 자동차보험 담당자를 만난다신규 입원 환자 A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진단명은 슬내장증(슬관절무릎에 이상 증상이 있지만 정확한 병명은 확인되지 않는 상태)이다. MRI 촬영까지 했지만 특이사항은 없고 염좌(강한 충격으로 인대가 늘어난 상태)에 부기가 심한 것으로 확인된다.

진단명을 확인했으니 이제 병실을 방문해 피해자를 만나야 한다피해자는 건장한 신체를 가진 남성이다. 방문하기로 했던 보상과 직원이라고 안내 인사 후 곧바로 사고 내용에 대한 대화를 시작한다. 피해자의 이야기는 이렇다. 신호대기 중이던 피해자의 차량을 뒤에서 달려오던 차량이 충격했다이 때문에 피해자 차량도 밀려 앞 차량을 재 충격한 사고다뒤 차량이 충격한 당시 피해자는 대시보드 보관함에서 물건을 찾던 중이라 몸을 숙이고 있어서 운전대 하단에 무릎이 강하게 부딪쳤다고 한다결국 지금 이렇게 무릎에 반 깁스 후 안정을 취하고 있다. 피해자는 택배기사이며, 개인사업자로 월 4백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다고 한다사고 내용 확인 등 서류 작업을 마치고 나니 피해자와 이야기를 한다.

 

 의사 선생님께서 특이 증상은 없고 2주 정도 깁스 후 1주 정도 물리치료를 권유하는데,
병원에 있기 너무 힘드네요.
그럼 퇴원하시고 통원 치료를 받으세요.  주변에서 병원에 입원해야지만 휴업손해를 인정해 준다고 하던데요… 일도 못하는데 통원치료를 받으면 휴업손해 보상을 받을 수 없지 않나요약관에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하던데요.
휴업손해를 인정해 드리겠습니다약관을 잘못 이해하셨네요약관 어디에도 입원해야 휴업손해1를 준다는 말은 없습니다.

개인용 자동차보험 약관에서 휴업손해는 다음과 같다.

가. 인정기준 : 부상으로 인하여 휴업함으로써 수입의 감소가 있었음을 관계 서류를 통해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휴업 기간 중 피해자의 실제 수입 감소액의 85% 해당액을 지급함. 여기서 ‘관계서류를 통해 증명할 수 있는 경우’라 함은 세법상 관계서류 또는 기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자료 등을 통해 증명한 경우를 의미함.

나. 휴업일 수의 인정 : 휴업일 수의 산정을 피해자의 상해 정도를 감안, 치료 기간의 범위에서 인정한다.

<산식> 1일 수입 감소액 × 휴업일 수 × 85%

 

그런데 저는 택배를 하고 있지만 지입(持入화물 운송 업무가 필요한 사업장인 화주가 그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인 운수회사에 의뢰하여 차량과 운전자를 공급받아 화주 측의 일을 하는 것)이라 사업자등록증도 없어 세법상 서류나 기타 자료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깁스 한 상태에서 택배 배달이 가능하세요? 일반적으로 보통의 사람이 깁스한 상태에 서 택배 배달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보완하고 싶다면 주변 동료 또는 관리자에게 일을 못했다는 확인서 정도만 받아 주시면 더 좋습니다.
 그렇군요그럼 담당자님만 믿고 통원치료받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통원치료를 받으면 치료비가 많이 절약되겠네요그 돈도 저에게 주시는 건가요?
아니요치료비는 적극적 손해2로 실제 발생한 비용만 지급합니다.

 적극적 손해란 사고로 인해 존재하던 이익이 없어지거나 감소되는 것으로 재산이 감소되는 손해를 의미한다따라서 치료비의 경우 지급을 위해 실제 지급된 비용만을 인정한다적극적 손해에 해당하는 항목에는 구조수색비입원료 등의 치료관계비가 있다

소극적 손해는 적극적 손해에 대립되는 것으로 증가할 재산이 증가하지 못한 손해로 휴업손해상실수익액 등이 해당된다.

 아, 그렇군요병원에 있기 너무 불편하니 통원치료하겠습니다. 그런데 통원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올 때 다리가 불편하니 택시를 타야 하는데 교통비는 지급되나요?
 네지급합니다. 1일 통원치료에 교통비3 8,000원을 지급합니다.

교통비란 기타 손해 배상금으로 통원하는 경우 실제 통원 일수에 대해 1일 8,000원을 지급한다.

이렇게 오늘의 첫 피해자 면담을 마치고 나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다음 병원으로 이동한다.

 

시리즈 글내가 접수한 교통사고는 누가 어떻게 처리할까 >>